[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국가의 탄생‧라이언 일병 구하기‧덩케르크’
[명작으로 알아보는 영화 언어] ‘국가의 탄생‧라이언 일병 구하기‧덩케르크’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09.06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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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거나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선정하여 그 영화의 명장면을 분석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영화의 장면 분석을 통해 간단한 영화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면, 콘텐츠를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조금 더 분석적으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입니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전쟁 영화’(war film)는 문자 그대로 전쟁과 관련한 상황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말합니다. 고전영화 중에는 1915년에 개봉한 D. W.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클로즈업(close-up : 가까이 찍기)과 플래시백(flashback : 과거 회상 장면 또는 그 기법), 그리고 교차편집(cross cutting : 동일한 시간의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인물들의 행위를 빠르게 번갈아 보여주는 영화의 편집 기법) 등의 기법들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영화 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하지만 인종차별주의적인 요소가 다분해 작품의 놀라운 성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책 『영화 장르의 이해』의 저자 정영권은 전쟁영화에 관해 “총탄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벌어지는 긴장, 엄청난 물량 파괴가 주는 스펙터클한 흥분, 지옥 같은 전장에서 살인 기계가 되는 인간들과 반대로 존엄함을 잃지 않는 인간성(humanity)의 대립. 아마도 전쟁 영화만큼 극적이고 영화적이며 공감각에 호소하는 장르도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전쟁 영화하면 관객들은 흔히 스펙터클한 ‘전투 상황’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저자는 이를 ‘전투 영화’로 명명하는데, 전쟁 상황이 주는 긴박감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액션이 묘미인 전투 영화의 대표적인 예로는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가 있습니다. 한국 영화로는 2003년에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와 2011년에 개봉한 장훈 감독의 <고지전> 등이 있습니다. 이 두 영화는 강렬한 전투 영화이자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근간으로 한 ‘분단 영화’로서의 장르적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장르(전투 영화)의 도상은 군복, 철모, 소총과 기관총, 탱크, 전투기, 군함, 항공모함 등으로 채워져 있다”며 “이 유형은 소규모 부대를 주요 무대로 아버지 격의 장교나 부사관의 지휘 하에 미숙한 소년이 끊임없는 전투 속에서 진정한 남자가 되는 이야기, 부대 내의 갈등이 적과의 싸움이라는 국가적 대의 속에서 봉합되는 이야기가 전형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반전주의’(反戰主義 : 전쟁을 반대하는 태도나 경향)를 핵심적 메시지로 내세운 반전 영화(anti-war film). 전투 상황이 전면적으로 등장하지 않고 후방의 민간인들이 전쟁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홈 프런트 영화’(home front film). 전쟁 포로들이 겪는 고통이나 탈옥 등의 모험 과정을 그린 ‘POW’(prisoner of war).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를 다룬 ‘홀로코스트 영화’(holocaust film). 정규군이 아닌 비정규군의 게릴라전이나 무장 저항을 다룬 ‘레지스탕스 영화’(resistance film) 등을 예로 들며 전쟁 영화를 세분화해 설명합니다.

전쟁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쟁으로 인한 갖가지 ‘참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이미지들이 전시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쟁 영화에는 언제나 ‘재현의 윤리’에 관한 문제가 뒤따릅니다. 전쟁의 비극을 자극적인 이미지 없이 훌륭하게 묘사한 영화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2017)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을 비롯한 연합군이 독일군의 파상공세에 밀려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덩케르크 해안에서 영국 본토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모티프로 하고 있습니다. 놀란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중시한 것은 잔혹한 묘사를 최소화시켜서 관객이 공포감에 눈을 돌리지 않고 스크린에 계속 몰입돼 서스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덩케르크>는 관객들이 전쟁 영화에 기대하는 장르적 재미를 철저히 배신하며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교차시키는 놀란 감독 특유의 플롯 구성으로 극을 밀고 나가는 독특한 전쟁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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