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오늘도 무사히 일을 끝마친 당신에게 바치는 詩
[책 속 명문장] 오늘도 무사히 일을 끝마친 당신에게 바치는 詩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5.07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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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밥을 먹고 쓰는 것./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생략) 오은 「이력서」 <22쪽> 

먹고살 길이 막막해서 운수 회사에 찾아갔어/ 25톤 트럭 몰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다 갔다 하면/ 제법 돈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는 몇이냐/ 결혼은 했느냐/ 아이는 있느냐/ 사장님의 질문에 척척 대답하고 나니/ 25톤 트럭은 영 못 몰 거라네/ 마누라 있고 애도 있고 해서 버는 김에/ 확 벌어야겠는데/ 어째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거저 180은 밟아 줘야 수지가 맞는데/ 조심성이 생겨서 그럴 수야 있겠는가 (생략) 하상만 「내 인생의 브레이크」 <32쪽> 

용돈 좀 벌어야겠다고/ 서너 달만 일해 보겠다며/ 공장에 나가는 아내/ 작업장이 지하실이라 공기도 나쁘고/ 팔이 아파 못 하겠다며/ 그만둔다 그만둔다 하더니/ 자고 나면 또 출근한다 (생략) 배재운 「아내」 <48쪽> 

더 일하게 해 달라는 절규 자체가 비극이다/ 우리는 강둑을 달리던 웃음도 잃고/ 흰 구름을 보면 맑아지던 영혼도 빼앗기고/ 그렇지. 가난했던 외등 아래의 설렘도/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놔두고 떠나왔다/ 돌아갈 길은 아득히 지워졌는데/ 더 일하면 모든 게 되돌려질 것처럼 내내 믿어 왔는데/ 이제는 밥만 먹게 해 달라고 울어야 한다 (생략) 황규관 「비창」 <66쪽>  


『땀 흘리는 시』
김선산 , 김성규· , 오연경 , 최지혜 지음 | 창비교육 펴냄│152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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