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50년 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번역서 나온 독일 시인 『궁핍한 시대의 시인 횔덜린 그의 삶과 문학』
[포토인북] 50년 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번역서 나온 독일 시인 『궁핍한 시대의 시인 횔덜린 그의 삶과 문학』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2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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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독일 문학의 전성기인 괴테시대의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 73세를 살았지만 그의 문학은 당대는 물론, 사후 반세기 넘도록 주목받지 못했다. 삶 역시 비극적이었는데, 정신병원을 거쳐 인생의 절반을 튀빙엔 네카 강변의 작은 타 방에 유폐되듯 살았다. 그런 그가 주목받은 건 20세기 초, '궁핍한 시대'에 순수한 시인으로 평가받으면서 지금까지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50년간 독일 시인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가장 많은 번역서가 나왔을 정도. 다만 가장 난해한 시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그런 난해함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이 출간됐다. 

16세의 횔덜린(1786년)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16세의 횔덜린(1786년)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수도원 학교 재학 중이던) 횔덜린은 학교 직원의 딸이자 나스트의 사촌 누이인 루이제(Louise Nast, 1768~1839)와 이미 아는 사이였고, 서로 사랑에 빠져 있었다. 횔덜린이 그에게 보낸 편지에는 자신에 대한 불만과 자기 연민의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마음에 맞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며, 그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토로했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예민한 자신의 감수성이 오히려 자신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 마음의 바로 이런 부분이 내가 수도원 학교에 있는 동안 내내 심하게 화를 내야 할 만큼 함부로 취급됐다." 그는 자신을 시대보다 뒤떨어져 고루하다고 생각했다. <34쪽> 

샤를로테 폰 칼프.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샤를로테 폰 칼프.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횔덜린은 슈토이들린과 쉴러를 거쳐 샤를로테 부인과만 말을 건넸었는데, (중략) 시인 쉴러와 작가 장 파울의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던 샤를로테 폰 칼프 부인은 천부적으로 뛰어난 정신력과 풍부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었고, 사교적인 여성으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애정없는 결혼으로 불안정했고 불행했다. 말년에는 빈혈과 실명에 이르게 한 안질로 고통을 겪었다. 그녀와 횔덜린의 관계에는 열정 같은 것은 없었다. 처음에 그녀는 횔덜린의 성실한 의무 수행에 감사를 표했고, 문학에 쏟는 횔덜린의 노력에 따뜻한 관심을 표했다. 그러나 횔덜린의 '예민한 감수성'에 우려를 표했고, "그는 너무 빨리 구르는 바퀴다"라며 그의 위험성을 진단했다. 훗날 그녀는 정신착란에 빠진 횔덜린을 신의 은총을 받은 예지자라고 평가했다. <86쪽> 

괴테. 립스(Johann Heinrich Lips)의 동화판(1790년).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괴테. 립스(Johann Heinrich Lips)의 동화판(1790년).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괴테는 예나에 있던 쉴러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이 만남을 언급하고 있다. 

어제 횔덜린이 저에게 왔었습니다. 그는 조금 의기소침해 있는 것 같았고 병색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랑스러웠고, 조금 두려워하면서도 마음은 열려 있었습니다. 그는 당신의 일파가 빠져 있는 방식대로 각양각색의 재료들을 언급했습니다. 많은 중심 이념들을 훌륭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했던 만큼 많은 것을 쉽사리 수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에게 규모가 작은 시를 쓰라고 특별히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인간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대상을 선택하라고도 했습니다. <103~104쪽> 

소설 『휘페리온』 제2권 초판본 표지와 쥬제테 공타르에게 바친 횔덜린의 헌사("그대가 아니면 누구에게")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소설 『휘페리온』 제2권 초판본 표지와 쥬제테 공타르에게 바친 횔덜린의 헌사("그대가 아니면 누구에게") [사진=도서출판 시와진실] 

소설 『휘페리온, 또는 그리스의 은둔자』는 횔덜린이 쓴 유일한 소설이다. 20세기 초 그의 후기 시가 재발견돼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전까지 횔덜린이 그나마 누린 수수한 명성은 이 소설 덕분이었다. (중략) 소설이 완성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이유는 이미 시를 통해 잘 알려진 대로 횔덜린의 꼼꼼한 글쓰기 태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이 횔덜린의 자아 성찰 및 자기 형성의 변전과 궤도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1797년 소설 제1권이 발행됐을 때, 횔덜린은 누이동생에게 "네가 '휘페리온'이라는 제목의 책을 보거든 호의를 가지고 대하고, 기회가 있을 때 읽어보거라. 그 책은 내 일부분이기도 하다"고 쓴 적이 있다. <177~178쪽>   


『궁핍한 시대의 시인 횔덜린 그의 삶과 문학』
장영태 지음 | 시와진실 펴냄│628쪽│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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