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서점은 왜 가난한가... “서점가의 ‘나이롱환자’ 퇴치해야”
지역 서점은 왜 가난한가... “서점가의 ‘나이롱환자’ 퇴치해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03.18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초 구도심 내 자리한 지역서점. [사진=연합뉴스]
속초 구도심 내 자리한 지역서점.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책 읽지 않는 시대를 맞아 동네 책방이 존폐의 기로에 놓인 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은 도서에 하나의 가격만이 허용된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 주의에 따라 2014년 도서정가제(최대 할인폭 15%로 제한)로 지역 서점의 살길을 도모했으나, 현실은 간신히 목숨만 건사한 상황. 각종 방책으로 막힌 돈줄을 뚫어 지역 서점의 회복을 꾀했지만 ‘나이롱 환자’(유령 서점)가 꼬여 지역 서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 서점의 살길을 도모하기 위한 1차 방안은 2014년 도입된 도서정가제다. 그 전까지는 도서 가격을 공급자가 임의로 매길 수 있어, 지역 서점이 대형서점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었으나 도서정가제로 할인율이 제한(최대 15%)되면서 도서 판매, 도서 납품 입찰 등에서 어깨를 견주고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더욱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산하 공공/학교도서관 등에 도서를 구매할 때 지역 서점을 이용할 것을 권고하며 지역 서점 살리기에 힘썼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지역 서점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대다수 지역 서점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고 많은 서점이 문을 닫았다. 문체부에 따르면 전국 지역 서점 수는 2003년 3,589곳에서 2013년 2,331곳으로 줄었고,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인 2015년 2,116곳, 지난해에는 1,976곳으로 큰 감소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역 서점 종사자들은 지역 서점을 표방하는 일부 타 업종 업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는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지 않는 등 서점업 자격만 지닌 ‘유령 서점’이 진짜 지역 서점에 흘러가야 할 혜택을 가로채 지역 서점이 피해를 봤다는 것. 업계 종사자 다수는 청소용역업체나 건설업체, 음식점 등의 업체가 서점업 자격을 얻어 도서 납품 시장에 참여하면서 책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지역 서점의 피해가 컸다고 입을 모은다. 26년간 지역 서점(한길 서점)을 운영해 온 이종복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회장 역시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유령서점’을 만든 뒤 공공 입찰에 참여하려는 사업자를 없애기 위해 지역 서점이 맞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 서점 공인인증제를 추진하려 한다. 매장 내 구성 상품 중 50% 이상이 책이고, 매출액과 이익의 50% 이상이 책 판매를 통해 나올 경우 지역 서점으로 인증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점을 인식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6일 지방자체단체와 지방 교육청 소속 공공/학교도서관에 지역 서점에서 도서를 구매할 것을 권고했고, 아울러 지역 서점 인증제 도입도 함께 요청했다. 지역 서점 지정 조건은 ▲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또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특정한 지역에 주소를 둘 것 ▲ 해당 지역에 상시 운영되는 매장을 보유할 것 ▲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자가 경영할 것으로 현재 열한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같은 ‘지역 서점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역 서점 인증제 시행 첫해인 지난해 선정된 지역 서점은 233곳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지역 서점의 수익 개선이 지역주민 대상 서비스 역량 강화로 이어지고, 지역 서점과 도서관 간 상생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양시도서관센터가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이 끊겨 위기에 놓인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도서정가제에 따른 할인율(10%)을 적용하지 않고 지역 서점에서 정가에 책을 구매하기로 한 것. 이로 인해 고양시 내 스물일곱 곳의 지역 서점이 각 350만원가량의 추가 이익을 얻게 됐다.

책 『서점의 일』에서 김영건 동아서점 대표는 “그럴싸한 말들로 손님을 현혹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준비하고 배려하는 게 서점의 몫”이라고 말했다. 책과 대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마련에 혼신의 힘을 쏟는 지역 서점의 노력에 이제는 독자가 응답해야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