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중권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법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리뷰] 진중권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법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02.17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애묘인들 사이에서 명저로 꼽히는 진중권 작가의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가 문학편과 역사편으로 나뉘어 새롭게 출간됐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고양이가 그려진 다소 딱딱했던 원작의 표지에 비해 이번 책의 표지에는 더욱 귀여운 고양이가 그려져 있으며, 디자인에는 젊은 감각이 가미됐다.     

진중권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고양이를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이 나와 있지만, 하나가 없어요. 고양이는 질문을 던지는 동물이라는 사실, 즉 인문학적인 존재라는 점이 빠졌어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 체험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책을 쓴 것이에요”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고양이에 대해서 대부분이 잘 모르는 고양이의 인문학적인 면을 보여준다. 

문학편에서는 「장화 신은 고양이」  「고양이를 조심하라」 「검은 고양이」 「수고양이 무어의 인생관」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 등 다양한 문학에 등장하는 고양이 묘사를 해석해나가며 그에 담긴 역사적 배경,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작가는 중세 아일랜드어로 쓰인 시 등 다른 나라 언어로만이 읽을 수 있는 문학들을 직접 번역하고 이를 현대 한국의 문화와 연결하는 등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고양이에 대한 인문학적인 관찰이 주가 되지만,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이 있다면 독자로 하여금 인간중심주의에서 탈피하게 하는 것이다. 작가는 본인이 직접 고양이가 돼서 “타자를 타자로 인정하지 못하고 꼭 ‘인간화’해버려야 성이 차는 버릇. 그걸 철학에서는 ‘인간중심주의’라고 하지 아마? 내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이 인간 종족 특유의 고질병을 극복하자는 거야.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고양이를 대하는 현존재(=인간)의 태도 전환을 요청한다고 할까? 아무튼 대한민국 집사계에 팽배한 이 낡은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집사 문화에 새로이 ‘고양이중심주의’를 확립하는 것. 그게 내가 집사에게 이 책을 받아 적게 만든 목적이야” <11~12쪽> 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는 식의 말은 나오지 않지만 저자는 그 어떤 책보다 고양이에 대한 깊은 사랑을 표현해낸다. 어떤 대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면 그 대상의 새로운 면을 알아가는 과정은 행복하다. 이 책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진중권 지음│천년의상상 펴냄│164쪽│13,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