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어땠나요?… 떡볶이에 인문학을 담다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어땠나요?… 떡볶이에 인문학을 담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11.1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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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방과 후 떡볶이를 먹었던 그때 그 분식집. 그 분식집에는 떡볶이만이 아니라 친한 친구도 있었을 테고, 도란도란 이야기와 꺄르르 웃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떡볶이는 그저 먹고 맛보기만 하는 그런 단순한 음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떡볶이에는 친구도 따라오고, 그들의 문제와 다정한 이야기, 웃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11일 개최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행사는 떡볶이라는 음식에 그런 인문학적 의미를 담는 자리였다. 

오후 6시 세종대 광개토관 컨벤션홀 지하 2층 행사장 앞은 길게 늘어선 줄이 인상적이었다. 행사 참가 인원은 총 500명. 특이한 점은, 참가신청자는 총 250명인데 이들이 각각 친구 한명씩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부터 참가자 선발을 시작한 이번 행사에는 1차 예선에 약 57만명이 응시했다. 1차 예선 응시자 57만여명 중 배달의민족 앱에서 객관식 문제 10개를 풀어서 100점을 맞은 2만3,000여명이 2차 예선에 응시했고, 2차 예선 통과자 중 인터파크에서 행사 티켓을 구매한 참가자 250명이 그들의 친구 250명을 데려온 것이다. 

친구와 함께 행사장으로 입장한 참가자들은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떡볶이 뷔페에서 떡볶이를 가져다 나눠 먹었다. 이번 행사의 협력업체는 ‘스쿨푸드’와 ‘두끼떡볶이’ ‘청년다방’ ‘죠스떡볶이’였으며, 이들이 500여명이 먹을 수 있는 대표메뉴를 시험이 시작된 오후 7시 전까지 계속해서 제공했다. 

시끌벅적한 행사장의 열기를 더욱 달군 것은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행사장 뒤편에서 우아한형제들 직원 십여명이 ▲우리는 찰떡궁합 ▲와르르 떡볶이 ▲신당동떡볶이vs신당동1번지떡볶이 ▲쿨피스vs써핑쿨 등이 적힌 책상에 앉아서 두명이서 할 수 있는 게임을 보조했다.      

그리고 오후 7시, 탤런트 김신영의 사회로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 선발 고사가 시작됐다. 1번부터 60번까지 객관식 문제를 푸는 이 시험은 일반적인 시험과 달리 ‘삭막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친구와 함께 문제의 답이 무엇인지 도란도란 의논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51번 문제부터 60번까지는 실기영역으로, 세 번에 걸쳐 ‘떡볶이 키트’가 제공됐다. 참가자들은 키트에 담긴 떡볶이를 나눠 먹으며 함께 문제를 풀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어려울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은 진지할 뿐 싫은 기색은 없었다.  

시험이 끝나고 채점이 진행되는 동안 펼쳐진 특별공연 역시 행사의 분위기와 맥을 같이했다. 탤런트 김신영과 그의 ‘절친’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로 구성된 그룹 ‘셀럽파이브’의 코믹한 무대가 이어졌다. 참가자 전원이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박수를 치며 폭소를 터트렸다.         
                 
채점이 끝나고 시험점수 상위 4명이 무대 위로 올라가 몇 개의 문제를 풀었고, 오후 9시30분께 ‘떡볶이 왕좌’를 차지한 최후의 우승자가 결정됐다. 우승자 A씨는 “오늘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인데 왔다”며 “이제 11월 11일이 빼빼로데이가 아니라 가래떡데이라고 하는데, 이런 좋은 날에 제가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떡볶이를 함께 먹어준 회사 언니들이 고맙다”고 덧붙였다. 우승자는 떡볶이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안 먹어본 떡볶이가 드문 떡볶이 애호가였다. 우승자에게는 특별 제작된 떡볶이 코트와 1년간 매일 떡볶이를 먹을 수 있는 쿠폰이 제공됐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우승자 A씨의 ‘떡볶이의 날 선언문’ 낭독이 있었다. “떡볶이는 늘 우리와 함께였다. 학창시절엔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으로, 출출한 밤이면 배고픔을 달래주는 조력자로,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준 떡볶이에 진심어린 감사와 존경을 표하는 바, 나, 초대 배민 떡볶이 마스터 ooo는 떡볶이 떡 네개가 평화로이 누워있는 모습의 오늘, 11월 11일을 떡볶이의 날로 공식 선언한다.” A씨의 낭독을 끝으로 참가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이후 참가자들은 함께 행사장을 찾았듯, 다시 함께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먹는 것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지를 반영한다.”
계량언어학 분야 석학 댄 주래프스키 스탠퍼드대 언어학 교수는 책 『음식의 언어』에 이렇게 적었다. 떡볶이를 나눠 먹음으로써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 단순히 먹고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음식에 인문학을 담으려 한 우아한형제들의 시도가 참 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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