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훔치며 성장하는 또 하나의 안네프랑크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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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가 전쟁 속에서 써 내려 갔던 일기장이 그러했으며, 훗날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었던 <쉰들러 리스트> 도 그러했다. 이러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홀로코스트 이야기 속에 호주가 자랑하는 작가 머커스 주삭 또한 자신의 펜의 힘을 더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들었던 ‘유대인에게 빵을 주고 채찍을 맞는 소년의 일화’ 는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고, 이는 오늘 날 『책도둑』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사신(死神)이 화자가 되어 서사를 풀어 나간다. 어린시절 가족을 모두 잃고 양부모 밑에서 살아온 리젤. 비록 거칠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양부모와 주변 친구들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간다.
리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 것은 바로 리젤이 ‘책도둑’ 이라는 것. 남동생의 장례식에서 처음 책을 훔치기 시작한 리젤은 글을 읽는 것과 책에 대해 남다른 갈망을 품게 되고, 이후 다른 사람의 서재에서, 또는 나치의 방화현장에서 책을 훔치며, 자신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열 권의 책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신은 열 권의 책들을 각 에피소드의 제목으로 삼아 그녀의 삶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는 소제목들은 리젤의 성장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들이다.
그녀에게 흡수 되는 책의 내용들은 결국 그녀의 입에서 뱉어져 사람들에게 전달 된다. 그녀는 공습 대피소에 모여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책이 가진, 그리고 활자가 가진 힘을 전달한다.
어느 날 한 소년의 영혼을 거두러 갔다가 책을 훔치는 9살짜리 소녀를 만난 것을 후회하는 사신. 비록 처음에는 리젤에 대한 흥미를 가졌었지만, 이후 객관성을 가지고 냉소적이고 사색적이며 때로는 유머와 연민으로 행하는 그의 서술은 이 책이 전쟁이라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모순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잘 조명하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이라는 양면의 모습이 시적 운율이 살아 있는 작가의 문장력 속에서 잘 나타고 있는 작품이다.
책도둑 (전2권)
마커스 주삭 지음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펴냄 / 444·356쪽 / 각권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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