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패스트트랙 대치 속내는? 마키아벨리가 이 상황을 봤다면…
국회 패스트트랙 대치 속내는? 마키아벨리가 이 상황을 봤다면…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29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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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진들이 지난 26일 새벽 여야 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당원들이 점거하는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총 의석수는 정당득표율로 정해지고, 지역구에서 몇 명이 당선됐느냐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조정하는 방식 ) 도입을 핵심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 기소하는 독립기관, 이하 공수처 ) 설치를 위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패스트트랙(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 ) 지정을 둘러싼 국회 대치가 점입가경이다.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것이 적절한가’, ‘옥상옥(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는 뜻 )일 수 있는 공수처가 적절한가’ 등에서 시작한 자유한국당(이하 자한당 )과 여야 4당의 갈등이 시작이었다. 이후 바른미래당 권은희·오신환 의원의 국회 관행에는 맞지만, 국회법에는 어긋나는 사보임(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위원을 교체하는 절차 )으로 바른미래당 내부 갈등이 드러났다. 이에 자한당은 기존 이슈에 ‘불법 사보임’ 이슈를 더해 의안과 및 사법개혁특위 회의장, 정치개혁특위 회의장을 불법 점거하며 과거 ‘동물국회’를 재현했다. 

“정치는 도덕과 그 어떤 관계가 없다”고 말한 이탈리아의 정치 사상가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떠오른다. 정치가 그저 정치인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가정할 때, 마키아벨리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우선, 자한당은 마키아벨리의 책 『군주론』을 기준으로 채점한다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겠다. “악덕처럼 보이더라도 번영을 위해서라면 행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인정에 반대되는 행동도 해야 한다” 등을 지지자들로 하여금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권에 반대하는 유일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反文 진영 결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평이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황교안 당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리더십 강화에도 효과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자한당의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일단 무단점거가 불법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눈총이 따갑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자한당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8일 동의 수가 20만 건을 돌파했으며 계속 그 수가 늘고 있다. 패스트트랙 지정이 되든 되지 않든,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은 자한당을 적폐로 규정할 것이다.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라면 어떤 조언을 해줄까. 매일같이 불법 점거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강경 조치는 매일같이 반복하지 말고 한 번에 강력하게 실행하라”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미움을 사지 않을 정도로 두려움의 대상이 돼라”, 혹은 “국민들에게 적정한 두려움은 주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 정도가 적합하겠다.  
  
여당인 민주당도 이번 대치 국면에서 실보다 득이 많다는 평이다. 먼저, 약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경제성장률과 북한 문제가 덮였다. 지난 25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실질 GDP 증가율 )은 1.8%로, 2009년 3분기(0.9% )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 27일에는 지난해 진행된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식이 북한 없이 개최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지금 국회에서의 갈등이 심할수록 중요한 이슈가 덮이니 이득이다. 또한, 야3당과 합의한 선거법 개정에 지역구를 줄여야 하는 등의 문제로 애초에 민주당이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으로서는 오히려 이 상황이 반갑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여당으로서 제1야당인 자한당을 포용하지 못한 것은 내년 총선에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마키아벨리는 “강력한 외부 세력을 경계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한 외부 세력이 한 지역에 들어오면 약소국들은 자신들을 지배했던 (기존 ) 군주에 대한 반감으로 침입자를 지지한다”며 “그들은 새로운 상황에 협조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새 군주는 약소국들을 쉽사리 손에 넣는다”고 말했다. 

지금 이 국회 갈등 상황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바른미래당은 어떨까. 바른미래당의 문제는 ‘분열’이다.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함께 있는 바른미래당에 늘 국민의당계가 수적으로 우세였으나, 이번에 사보임 문제로 분열하면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큰 축이 형성됐다. 이에 손학규 당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모든 어려움과 자신에게 대항하는 반대 세력들을 극복함으로써 위대해진다”며 “이를 통해 그가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적들이 놓은 사다리를 통해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당에 필요한 조언이 있다. 마키아벨리는 “운명은 변하는데, 완고하게 자신의 방식만 고수하는 사람은 운명과 일치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며 “그리고 서로 다를 경우 그들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있는 모두에게 융통성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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