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한방’ 없는 대학 졸업식... 꽃다발·선물보다 ‘이것’ 있어야
강력한 ‘한방’ 없는 대학 졸업식... 꽃다발·선물보다 ‘이것’ 있어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2.2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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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대학 졸업은 학업의 마침을 뜻함과 동시에 정들었던 스승, 친구들과의 이별을 뜻한다. 그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지으며 석별의 정을 나누는 것이 일반적인 졸업식의 풍경이지만 언젠가부터 졸업식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김용민(28·가명)씨는 졸업사진 촬영은 물론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취업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형편에 졸업사진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졸업식은 허례허식 가득한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김씨에게 졸업은 곧 본격적인 사회생활의 시작이기에 이별을 아쉬워할 마음의 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채 사회로 밀려나는 자신의 처지는 마치 홀로 정글에 내몰린듯한 모습으로 느껴져 불안과 씁쓸함을 자아냈고, 특히 이미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을 볼 때면 자신이 더욱 초라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18일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4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졸업식 참석 여부’ 조사에서 절반가량인 184명(45.2%)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중 128명(70.1%)은 “취업한 친구들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0명(21.7%)은 “귀찮거나 졸업식에 참석할 만큼 학교에 애정이 깊지 않다”고 응답했다. 13명(7.1%)은 “취업준비에 바빠서”라고 이유를 전했다.

특히 응답자의 절반 이상(53.1%)은 ‘졸업을 앞둔 심정’으로 “취업 걱정에 우울하다”고 답했다. “졸업 후 생활이 기대된다”는 답변은 12.3%에 불과했다.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한 실업률과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 취업률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교육부 ‘대학알리미’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8년 대학졸업생취업률은 62.8%에 그쳤다.

대학 졸업이 더 이상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게 된 시기는 1990년부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세계 경제가 악화되면서 국내 기업도 영향을 받아 채용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이제는 졸업식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됐지만, 1990년 이전만 해도 해도 각 대학의 졸업식은 주요 뉴스거리로 다뤄졌다. 1990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는 민주화 투쟁에 나섰던 학생들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단상을 뒤로 하고 앉거나, 집단 퇴장하는 모습이 뉴스로 전해졌다. 또 1995년 감리교신학대학교 졸업식에서는 학교분규로 인해 수업거부에 나섰던 학생들이 졸업식장에서 자신들이 졸업유예 사실을 알게 되면서 졸업식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졸업식장에는 234명이 참석했으나 실제 졸업한 학생 수는 27명에 그쳤고, 총장은 학생들을 피해 경찰서로 피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과거 졸업식은 갖은 이야깃거리를 낳았으나 최근에는 학생들이 졸업식 자체를 꺼리면서 화젯거리에 끼어들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취업준비로 졸업식에 신경 쓰기 어려울 만큼 바쁜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교육계가 학생들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졸업식을 마련하고 있느냐”는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허례허식이 아닌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장식할 추억거리를 제시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추억거리 중 하나는 졸업연설이다. 해외의 경우 대학 졸업식에는 유명인이 단골로 등장하고 재치와 교훈이 가득한 연설로 가슴 묵직한 깨달음을 선사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2015년 뉴욕대 티시 예술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배우·프로듀서를 꿈꾸는 학생들을 앞에 두고 “졸업했군요. 여러분은 이제 X 됐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여러분에게 제 이력서를 드리려고 왔다”며 학생들의 성공에 신뢰를 표하며 응원을 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15년 남부감리교대학교 100주년 졸업 연설에서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C 받은 학생들에게는 ‘여러분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의 각 대학은 고액의 강연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좋은 강연자를 모셔, 졸업생들에게 의미 있는 마지막 선물을 전하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책 『미국 역사를 바꾸는 여걸 힐러리 클린턴』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의 연설비용은 30만달러(약 3억3,100만원)이며, 주최 측은 클린턴이 연설 도중에 마시는 물의 온도가 실내 온도와 같게 하는 등 까다로운 의전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힐러리가 강단에 자주 올라 학생들에게 큰 가치를 전하는 미국의 문화가 우리나라에 전하는 교훈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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