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인에게 까마득하게 잊히거나 버려진 물건들만 훔치는 도둑이 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건 없어. 도로봉 도로봉 도로로로” 도로봉은 그래서 천 번 넘게 물건을 훔쳤지만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 애초에 어떤 물건의 흔적이란 물건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잃어버린 주인은 잘 모르겠지만, 어떤 물건이 없어지면 그와 함께한 추억도 사라지기 마련이다. 스마트폰만 열면 수많은 정보로 시끄럽고, 눈 뜨면 변해있는 세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소중한 것들을 놓쳐버리고 공허함만 쌓일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는 그림 동화.
■ 도둑 도로봉
사이토 린 지음·보탄 야스요시 그림│고향옥 옮김│양철북출판사 펴냄│276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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