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 건배사 뭐가 좋을까?... ‘KISS·스토리’만 기억하면 센스 만점
송년회 건배사 뭐가 좋을까?... ‘KISS·스토리’만 기억하면 센스 만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2.20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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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건배의 계절 12월이다. 회사 내 크고 작은 회식을 비롯해 갖가지 인간관계로 맺어진 모임의 송년회가 줄을 이으면서 건배사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술 대신 문화와 함께하는 송년회가 유행이라지만 그런 자리에서조차 가볍게 술잔이 오가기 마련이고,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건배사이기 때문이다. 한 해를 돌아보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되는 송년회의 무게감이 건배사 준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는 멋진 건배사와 그에 걸맞는 발성을 가르치는 스피치 학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학원까지 다녀가면서 건배사에 치중하는 배경에는 센스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은 심리가 자리한다. 보통 연장자나 고위직 인사의 건배사로 시작해 시간이 갈수록 한 해 실적우수자, 홍(청)일점 직원, 신입 사원 등 다양한 사람의 건배사가 이어지는데, 이때 어떤 건배사를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센스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윗사람 눈에 들고 싶은 야망 있는 사람이든, 분위기만 망치지 말자는 소심한 사람이든 건배사는 부담 거리로 자리한다. 이래저래 부담되는 건배사, 어떻게 잘 넘어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건배사를 준비할 때 ‘KISS’(Keep It Simple and Short)를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강미은 작가는 책 『커뮤니케이션 불변의 법칙』에서 “(건배사는) 기본적으로 KISS를 지켜야 한다. 짧으면서도 효과적으로 모임의 의미나 주제를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짧게 좌중을 한번 멋지게 웃기고 감동시키는 건배사가 최고”라고 말한다. 이는 건배사가 ‘30초의 승부/예술’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배사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변화해 왔다. 70·80년대에는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아 ‘~를 위하여’란 건배사가 유행했고, 2000년대에는 함축적 의미를 담은 삼행시 등이 인기를 얻었다. 예를 들면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 ‘당신멋져’(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 ), ‘개나리’(계급장 떼고 나이 잊고 리플렉스[Relax and Fresh]하자 ) 등이었다.

삼행시 건배사가 유행하면서 음담패설이 섞인 건배사도 등장했는데, 대표적인 예는 ‘진달래’다. 선창자가 ‘진달래’(진짜로 달라고 하면 줄래? )라고 하면 좌중이 ‘택시’(택도 없다 XXX야 )라고 답하는 것인데 사람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면서 거부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손영학 교수는 책 『성공을 부르는 파워스피치』에서 “사회 지도층 인사들과 우연히 저녁 자리를 함께 한 자리에서 누군가 여자의 음부를 지칭하는 듣기 거북한 건배사를 했고, 다른 사람은 더더욱 민망하고 화끈거리는 말로 대응했다”며 “건배사는 품위와 인격을 나타내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송년회는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며 서로에게 힘이 돼준 동료나 선후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품위를 지키면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건배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신입사원이라면 선창·후창 건배사를 추천한다. 신입사원이 선창하면 좌중이 답하는 방식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신입), “오냐”(좌중), “김OO”(신입사원· 자신의 이름 호명 ), “어서 와”(좌중 ), “김OO”(신입 ), “잘한다”(좌중 )고 말을 주고받는 형태다. 신입사원이 자신의 이름을 모두에게 각인시키면서 젊은 패기를 보여줄 좋은 건배사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외에도 고생한 동료와 선·후배를 향해 ‘박보검’(박수를 보냅니다. 올 한해 검[겁]나 수고한 당신께)을 외치거나, 축복의 의미에서 ‘나가자’(나도 잘되고 가[그]도 잘되고 자[저]도 잘되고 )라고 선포하는 것도 좋다. 또 오래도록 함께하자는 의미가 담긴 ‘이멤버 리멤버’(‘이멤버’ 선창 후 ‘리멤버’ 후창 )도 적절하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환영하고 싶다면 ‘마무리’(마음먹은 대로 무슨 일이든 이루자 ) 건배사가 좋고, 가벼운 유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다면 프랑스어 뉘앙스를 띤 건배사 ‘드숑(선창·드세요 ) 마숑(후창·마셔요 )’이 적합하다. 식상한 건배사가 이어진다면 영어 건배사로 허를 찌르는 것도 좋다. 먼저 “오늘은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영어로 건배 제의를 하겠습니다”라고 운을 띄운 후 “레이디 앤 젠틀맨(좌중을 바라보며 2초 침묵 후 ) 원샷”을 외치면서 술잔을 비우면 압축된 여운을 남길 수 있다.

건배사의 생명은 간결함이지만,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은 조금 긴 건배사도 적절히 사용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김미경 아트스피치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책 『스토리 건배사』에서“몇 해 전 어느 모임에 참석했을 때 갑자기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더니 ‘야 직진할 준비해라’라고 말했다. 혼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누군가 일어서더니 ) ‘저는 어릴 적 혈혈단신으로 상경해 역 대합실에서 신문지 한 장 깔아놓고 자면서도 희망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어려울 때마다 늘 마음속으로 외친 말이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외쳐보고 싶네요. 제가 인생은이라고 외치면 다 함께 직진이라고 외쳐주십시오’라고 말했고, 건배사가 끝나자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직진 직진 직진’을 연달아 세 번 크게 외쳤다. ‘인생은 직진’은 이미 오랜 세월 그의 브랜드가 돼 있었다”며 “(이처럼 ) 그 사람만의 인생 경험과 철학이 녹아 있고 짧고도 강력한 이야기가 있는 건배사가 바로 스토리 건배사”라고 설명한다. 이어 “삼행시나 축약어 건배사에 익숙해져서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스토리 건배사는 일석삼조의 매력이 있다. 짧은 에피소드 하나로 감동을 줄 수 있으며 나만의 철학이 담긴 구호로 메시지를 전파시킬 수 있다. (결국 ) 그것은 다시 나에게 브랜드가 돼 돌아온다”며 “건배사도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나만의 스토리 건배사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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