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8 연말 “소풍을 소환하자”
[칼럼] 2018 연말 “소풍을 소환하자”
  • 독서신문
  • 승인 2018.1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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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발행인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불볕더위가 기승일 때 지인은 이런 카톡을 보내왔다. ‘폭염마저 그늘을 찾는다’라고. 그 지인은 얼마 전 찬 바람이 불자 ‘바스락 낙엽을 겨울이 아삭 씹어버렸다’라고 카톡으로 꾹꾹 눌러 보내왔다. 그 지인 카톡은 가히 시(詩)톡이다. 

같은 길을 일 년 내내 오가도 주변에 무슨 꽃이 피는지 돌담에는 햇발이 속삭이는지 무심한 가운데 그 지인 덕분에 계절의 한 꺼풀을 벗기고 그 속을 볼 여유를 잠시 찾는다.

일 년의 반을 지났을 때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짐짓 낙천적인 척하며 게으름을 감추려 했지만 이제 이십여일도 남지 않은 2018년을, “아직 보름도 더 남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강심장은 아니다.

그 많던 시간은 다 어디 갔을까. 연초에 마치 시간을 지배하듯 넘치던 자신감은 시간이 지나며 시간에 압도당하더니 기어이 시간은 째깍째깍 목을 죄어온다. 그게 연말이다. 일손은 안 잡히고 허둥지둥 갈팡질팡 중구난방 그리고는 안절부절에 이르게 된다.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자 하는 조급함이 일을 더 더디게 하고 불완전하게 만든다.

신문사 편집국도 예외는 아니다. 허둥지둥은 일반 직장과 다를 바 없고 거기에 불면증 같은 우울함이 따뜻한 공기를 밀어낸다.

사건 사고 속에 갇혀 사는 기자들. 올 한해도 ‘팩트’를 좇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며 ‘기사’를 생산하느라 고생한 기자들, 기자들은 가치의 공정성과 도덕과 법치주의를 외치거나 최소한 들먹였거늘(참 자신감 없다!) 돌아온 건 ‘기레기’라는 막무가내 ‘프레임’은 아니었을까.

선배들로부터 금지옥엽이라고 배운 ‘팩트’는 군중들의 SNS 파도에 묻히고 ‘비판’은 편 가르기로 치부되고 ‘여론 조성’은 당치않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올 한해 더욱 확연해지고 그 정도는 깊어지고 있다.

지금은 ‘시일야방성대곡’의 장지연 같은 비분강개형 기자를 원하는 것도 아니고 (장지연도 나중 삶은 굴곡지고 말도 많다) 독재에 저항하던 투사형 언론인을 바라는 시대도 아니다. 언론이 결코 정보의 양과 질에서 독자를 압도한다고 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장담할 수도 없는 마당에 전 국민이 하나씩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는 수많은 댓글을 만들며 바람을 일으킨다.

기자들 입지는 좁아지고 지위는 나락이다. ‘기레기’ 비아냥을 피해갈 수 없다. 언론의 잘못도 크고 적폐라는 이름의 누적된 관행도 청산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제 연말이다. 정리할 때다. 우울한 마음마저 마무리할 시간이다. 초심이 흔들렸다고 자책하지 말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낙담하지 말라. 더구나 환경이 나쁘다고 투덜대는 나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낙담과 좌절을 이겨내는 방법은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굳센 믿음으로 도전하는 것밖에 없다. 목표는 새롭게 정할 때가 더 짜릿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소풍 가기 전날 들뜨고 잠 못 이루었던 유년의 추억을 소환해보라. 소풍 가는 날이 새해 첫날이라면 소풍 전날은 바로 연말 아니냐고 강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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