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닥터헬기 출동에 전화 쇄도... 그들은 왜 욕을 먹을까?
이국종 교수, 닥터헬기 출동에 전화 쇄도... 그들은 왜 욕을 먹을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10.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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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급 외상 환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닥터헬기. 응급 환자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1시간의 ‘골든아워’를 사수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교수가 닥터헬기와 관련한 민원에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연결에서 이 교수는 “닥터헬기가 시끄럽다는 민원으로 현장에서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며 “소음 없이 날 수 있는 스텔스 헬리콥터 같은 건 없다. 또 헬기 소음을 측정해보면 앰뷸런스 소음보다 특별히 크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민원 지점을 우회해서 비행할 수 없냐’는 의견에 “회전익 항공기(헬리콥터 )는 바람의 방향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어느 한 방향만 고집하다가 터뷸런스나 강풍에 휘말리면 (탑승자 ) 모두가 추락해 사망할 수밖에 없다. (우회 강요는 ) 결국 저희 죽으라는 소리다”라고 강변했다.

이 교수가 갖은 민원에도 닥터헬기를 고수하는 이유는 ‘골든아워’ 때문이다. 중증 외상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1시간 내로 중증외상센터를 갖춘 병원으로 이송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기동성이 높은 헬기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10월 출간한 책 『골든아워』에서 “구조구급대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도 환자는 살지 못했다. 머물지 말아야 할 곳에서 받지 않아도 되는 검사들을 기다렸고, 그 후에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옮겨지다 무의미한 침상에서 목숨이 사그라들었다”며 “그런 식으로 병원과 병원을 전전하다 중증외상센터로 오는 환자들의 이송 시간은 평균 245분, 그사이에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죽어 나갔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닥터헬기로 바로 중증외상센터로 옮겨졌다면 죽어나가는 환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의 치료에만 전념하기에도 체력이 달리지만, 현실은 더욱더 엄혹하다. 지난 20일 SBS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2018년 8월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한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 소방헬기를 타고 내린 이 교수는 화물트럭 운전사의 거친 항의와 마주했다. “(차량과 화물을 고정한 ) 고무줄이 다 끊어져서 어떻게 짐을 묶어서 가냐”며 항의하는 운전사에게 이 교수가 “사람이 죽고 살고 한다. 지금 다른 데서 사람을 구조해서 오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운전사는 “사람이 죽고 살고 해도, (헬기를 ) 왜 그 (자신의 화물차 ) 앞에 내려놓고...”라며 화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또 이 교수는 “공무원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언젠가 한 구청 앞 광장에 응급헬기를 내렸더니 공무원이 나와 잔디가 손상된다며 항의했다”며 “그 뒤부터는 개천가 등 더 위험 지역에 헬기를 내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닥터헬기 소음에 항의하는 민원인에게 (경기도 공무원이 ) ‘이분과 상의하라’면서 닥터헬기 기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줘 기장이 거센 욕설을 듣는 일이 빈번하다”며 일부 공무원이 민원처리를 의사와 기장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지적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1일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공무원이 ) 도정 철학을 이해 못 하거나 정신 못 차린 것”이라며 “엄정 조사해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타인의 생명권이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두고 민원이 속출하는 가운데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다’라고 주장했던 한비자(기원전 약 280∼233년 )와 마키아벨리(1469~1527년)가 주목을 받는다. 한비자는 동명의 책 『한비자』에서 “인간은 본래 이기적이고, 본인의 이익에 위배되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신상필벌(성공에는 보상 실패에는 징벌 )을 인간을 움직이는 주요한 힘으로 꼽았다. 마키아벨리 역시 책 『군주론』에서 “인간이란 두려움을 주는 자보다 사랑을 주는 자에게 해를 끼치기를 덜 주저하는 사악한 존재”라며 인간을 이기적인 본능의 소유자로 치부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닥터헬기의 소음에 항의했던 트럭 운전자와 병원 인근 거주자, 잔디 훼손을 항의한 공무원은 자신의 재산권·업무상 피해에 분노하며 이기적인 인간의 본능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반면 인간의 이타적인 면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대두된다. 사고로 건강을 잃은 환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피해는 주변에서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감금됐었던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수용됐던 경험을 담은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인간은 )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을 (개인의 )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항상 앞세워야 한다”며 “의미를 인식한다는 것은 결국 주어진 현실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무엇을 하며 )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며 “인간은 가능하다면 세상을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킬 수 있고, 필요하다면 자기 자신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쾌락을 느끼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다. 책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에 소개된 실험에 따르면 첫 번째 그룹에는 발 마사지나 초콜릿을 먹게 하면서 단순한 쾌감을 느끼게 하고, 두 번째 그룹에는 개개인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게 했더니 두 번째 그룹의 구성원이 훨씬 깊고 오래가는 만족감을 느낀 것으로 확인됐다.

이타적인 인간은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삶의 의미를 찾고, 혹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더 깊고 오래 지속하는 만족감에 욕심을 내어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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