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엔 독서를 하지 말자
올가을엔 독서를 하지 말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9.26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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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가을은 독서의 계절. ‘가을이기 때문에 독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하기 때문에 독서해야 한다시리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대학을 잘 가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독서해야 한다’,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독서해야 한다등등.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독서해야 할 이유에 대해 귀가 아프도록 듣는다. 그러나 정작 책을 읽는 사람이 드문 이유는 왜일까.

과거를 돌아보자. 글을 막 떼기 시작하는 유치원부터 다독왕선발전이 펼쳐진다. 누가 얼마나 읽었는지를 기록하고 많이 읽은 아이에게 수상한다.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책을 누가 많이 빌렸는지, 누가 책 속의 정보를 많이 욱여 넣는지 경쟁이다. 경쟁은 서로 비교하게하고, 비교는 스트레스를 낳는다. 이렇게 유치원 때부터 독서는 은연중에 경쟁’, ‘스트레스와 연결된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넘어서까지 다독왕선발전은 이어진다. 얼마나 많은 대학 도서관이 책을 몇 권 빌렸는지에 따라 상을 주는가. 대부분의 공립도서관에서 다독왕을 수상한다.

다독 경쟁은 속독 열풍으로 이어진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책이든 몇 분 이내에 읽는 사람이 화제가 되고, ‘속독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서점에는 속독법 책이 쏟아져 나온다. 문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책을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겨 독서가 곧 강박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책을 읽는 행위는 영상 매체를 보는 것보다 훨씬 능동적인 행위다. 단어와 단어 사이, 줄과 줄 사이, 장과 장 사이에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든지 갖을 수 있는 행위인 것이다. 그 사유의 과정에서 책에 담긴 내용은 개인의 생각과 합쳐져 새로운 생각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책에 담긴 단어들을 그저 빠르게만 읽는 속독은 독서를 정보 습득용으로 만든다. ‘정보 습득용으로 전락한 책은 인터넷이나 영상매체와 다를 게 없다. 영상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읽기 힘든 책을 왜 읽겠는가.

독서에 정답이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대중이 독서와 멀어지게 한다. 독서법을 가르치는 논술·독서 학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 문단, 한 장, 한 책 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요약하고, 뽑아내는 법을 가르친다. 또 뽑아낸 내용을 무조건 찬반으로 나눠 결과가 뻔한 토론을 하게 한다. 학원뿐만 아니다. ‘나처럼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중의 많은 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독서는 책에 적힌 정보만을 얻는 행위가 아니다. 그리고 딱 반으로 나뉘는 것이 도대체 세상사 어디에 있는가. 사고를 창의적이지 못하고 편협하게 만들 뿐이다.

독서에 정답이 있다는 식의 태도는 독서를 그저 정보 습득용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더 큰 문제를 파생한다. 문단을 요약하고,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찾는 법 등 일부가 독서법에 있어 정석이라고 주장하는 방법들. 이를 상대적으로 남들보다 못하는 사람들은 나는 독서를 못해라고 생각하며 독서를 꺼리게 된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권장 아닌 권장을 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몇 살 때는 어느 책을 읽어야 하고, 어떤 대학에 가려면 무슨 권장도서를 꼭 읽어야 한다는 식의 말은 독자를 지치게 한다. 각자에게 끌리는 책이어야 독서도 즐겁다. 헤르만 헤세는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 행복과 교양을 위한 필독 도서목록 따위는 없다. 단지 각자 나름대로 만족과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일정량의 책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책들을 서서히 찾아가는 것, 이 책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 가급적 이 책들을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늘 소유해 조금씩 완전히 자기 것으로 삼는 것, 그것이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761~2018531) 도서 판매량은 신학기 학습서 구매가 많은 3(10.9%)과 선물 수요가 많은 12(9.3%)1(9.1%), 다음으로 여름 휴가철인 7(8.9%)8(8.8%) 순으로 많았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가을에 책을 읽지 않는다. 오늘날 독서 권장은 대중을 오히려 독서와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따라서 올가을엔 독서를 하지 말자고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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