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촉발한 메갈리아·워마드... 한국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길은?
메르스가 촉발한 메갈리아·워마드... 한국 페미니즘이 나아가야 할 길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9.12 17:5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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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그야말로 페미니즘 전성시대다. 과거 학술토론 주제로나 여겨졌던 ‘페미니즘’은 어느새 화젯거리를 넘어 가장 뜨거운 사회 문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성 사회를 향한 여성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속에는 패륜적 언행으로 지탄받은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가 자리하면서 큰 마찰음을 일으켰다. 

‘워마드’는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남성 혐오적인 성향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이다. 2015년 8월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발병했을 당시 메르스 최초 감염자가 애초에 알려진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최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는 ‘남혐’ 여론이 크게 일어났고, 이러한 여론에 동조하는 회원을 중심으로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이후 ‘메갈리아’는 더욱 과격한 ‘워마드’로 옮겨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페미니즘 단체라기보다는 ‘남혐’(남성 혐오) 사이트에 가깝지만 페미니즘의 한 줄기로 여겨지면서 학계와 문화계 유명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16년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나도 메갈리안이다」라는 칼럼으로 이들을 옹호했고 여성학자 정희진은 “메갈리아는 일베(극우 성향의 커뮤니티로 여혐 발언이 다수 등장함)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라고 치켜세웠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오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소중한 자유다”라고 말했고 서민 단국대 교수는 “남자는 잠재적 범죄자임을 자각하는 것이 좋은 남성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두둔했다. 다수의 페미니즘 단체 역시 ‘워마드’에 거리를 두기보다는 ‘새로운 페미니즘 물결’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워마드는 대형 이슈마다 등장해 패륜적 발언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올해 큰 주목을 받았는데, 지난 5월 발생한 ‘홍익대 회화과 누드모델 도촬’(동의를 구하지 않은 촬영)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편파 수사를 벌인다고 주장하며 페미니즘 단체가 개최한 ‘편파 수사 규탄 집회’에서 워마드 회원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은 “문재인 재기(자살을 뜻하는 은어)하라”, “여경(여자 경찰)과 남경(남자 경찰) 비율을 9:1로 하자”는 등의 과격하고 비이성적인 구호를 외쳤고, 지난 7월에는 가톨릭에서 신성시하는 성체(예수의 몸을 상징)를 모욕하는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해 물의를 빚었다. 논란에 대해 페미니스트 진영은 “다소 과격한 면이 없지 않으나 그동안 여성이 남성에게 당해온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그간 여성이 당해온 억압을 공론화하는 데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논리를 펼치며 여론 결집을 시도했다. 

최근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데는 좌파정권 집권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가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의무를 강조하는 데 반해 진보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대우받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출판업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18년에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페미니즘을 주제로 출간된 책 100여권 대부분이 페미니즘을 미화·지지하는 내용이며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급진적 페미니즘에 우려를 표하는 책은 오세라비 작가의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정도에 그친다. 

오 작가는 “워마드는 여성운동 단체가 아닌 남성 혐오, 여성 우월 사이트이지만 ‘메갈리아는 여성운동 단체이며 페미니즘의 새 물결’이라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메갈리안들의 혐오는 한국 남성 전체를 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려면 메갈리아식 극혐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격한) 페미니즘이 열풍인 이유는 과거 어느 시기보다 성차별 없이 평등하지만,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속에 성장한 현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여성만을 위한 페미니즘 운동이 아닌 여성과 남성이 모두 협력하고 연대하는 새로운 여성운동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페미니즘의 본산인 미국에서는 슈퍼 우먼 역할에 환멸을 느낀 이들을 중심으로 ‘가정으로 돌아가자’는 새 조류가 일어난다”며 “페미니즘의 기세가 누그러지고 직업 페미니스트의 선동이 약화되고 언론의 페미니즘 장사가 위력을 잃으면 그때는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곳이 가정이라는 사실을 뒤돌아보게 되리라”고 강조했다. 

최근 동영상 채널 ‘비디오머그’에서 오 작가와 열띤 토론을 나눈 페미니스트 서민주 서경대 ‘조짐’ 학회장은 “오세라비 작가님이 말하는 세상에 한 번 살아보고 싶다. 페미니즘과 성차별 운동이 필요 없는 이퀄리즘(평등주의)이 있는 사회에 한번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오 작가는 “영(젊은) 페미니스트와 이야기해보니 (생각의) 간극을 충분히 좁힐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눈과 귀를 막고 오직 여성의 배타적 이익만을 고집하며 남성을 혐오하는 워마드식 페미니즘을 우려하며 ‘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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