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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이 두려운 당신... ‘회피형 성격장애’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사람을 만나고는 싶지만 모임에 나가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직장인 김(33)모씨는 사람들을 만나 기분과 관심을 공유하기를 원하지만 가까워질수록 부담감을 느낀다. 상대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에, 작은 반응에까지 크게 신경 쓰면서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도 커, 이제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겁지 않고 인간관계가 귀찮은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김씨와 같은 증상을 의학계에서는 ‘회피형 성격장애’라고 부른다. 회피형 성격장애는 거절에 매우 예민하고, 그로 인해 사회적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인격장애다. 자신을 거절하지 않을 사람과만 인간관계를 맺고, 거부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커 혼자 지내려고 하는 특징을 지닌다. 평생 유병률은 0.5-1%이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정신의학계 권위자 오카다 다카시에 따르면 회피성 성격장애인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독자 결정의 두려움, 주위 기대의 부담감, ‘해 봐야 안돼’라는 단념의 심리 등을 지닌다. 이들은 유전적 요인과 어릴 적 수치심을 느꼈던 경험 등의 원인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고 남의 거절과 비판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설사 친밀하다 해도 자신의 전부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자 아론 벡은 회피형 성격장애의 특징으로 ‘상처를 견뎌내는 심리적 저항력의 부족’을 이야기했다. 이들은 자신을 의기소침하게 만드는 일이나 불쾌한 감정에 내성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은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외상’ 이론도 원인으로 주목을 받는데, 깊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 평소에 가볍게 여기던 부담에도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주장이다. 무한경쟁 속에서 현대인들이 빈번하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이제 회피형 성격장애는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질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회피형 성격장애는 문학계에서 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설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회피형 성격장애를 앓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보고 실망하는 게 싫어서’라며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또 한 인터뷰에서는 “저 같은 (회피형 성격장애인은) 집안일도 겨우겨우 해내는 편이다. 거기에 새로운 존재가 끼어들면 일을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도 갖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처받을 상황 자체를 피하는 전형적인 회피형 성격장애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맹신자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등 독창적인 저작물로 크게 평가받았던 사회철학자 에릭 포퍼(Eric Hoffer)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부담감이 두려워 중년이 되기까지 고독을 자처했다. 『아스나로 이야기』, 『빙벽』, 『둔황』 등의 작품을 남긴 소설가 이노우에 야스시도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대학 수업에 세 번 출석했던 이야기가 전해진다.

회피형 성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정신분석학 서적 『마지못해 혼자입니다』에 따르면 원인별로 다른 처방이 필요하다. 먼저 결정 장애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데 두려움을 느낀다면 인생의 주체가 자신임을 바로 인지하고 작은 선택부터 직접 결정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위험 부담이 적은 선택부터 하나씩 늘려나가다 보면 수용할 수 있는 선택범위가 점점 넓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부정적 평가가 두려워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안전 기지’가 돼줄 내편을 만드는 것이 좋다. 보통 회피성 성격장애를 겪으면 자신의 속마음을 타인에게 털어놓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이지만, 누군가와 상의하는 습관을 갖게 되면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면서 주위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다면 빠른 치유가 가능하다.

본인의 노력 뿐 아니라 주위사람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직장 생활을 예로 들면 부하직원이 회피형 직원일 경우 실제로 그만한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막중한 책임이나 부담을 지우지 않아야 한다. ‘곤란하면 이야기해’라든지, ‘뒤에서 확실하게 지원할 거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면 돼’라는 식으로 격려하면 좋은 성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피형 직원은 갈등을 싫어해 조직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맡은 일은 책임지고 해내려는 자세를 지녀 상사가 잘 다독이기만하면 탁월한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

서믿음 기자  dseo@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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