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카톡으로 하면 효과 만점… 카톡이 책 속으로
공부도 카톡으로 하면 효과 만점… 카톡이 책 속으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6.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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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이제 사람들이 책 속의 문장을 읽는 시간과 카카오의 메신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이하 카톡) 메시지를 읽는 시간이 비슷해진 듯하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지난 4월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카톡 월간 총 사용 시간은 189억 분으로, 유튜브(258억 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2012년에 카카오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톡 한 사람의 일평균 이용 시간은 43분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년에 책을 한 권 이상 읽은 비율은 성인이 약 60%, 학생이 약 90%였으며, 이들의 평일 독서시간은 23.4분, 학생은 49.4분(교과서, 참고서, 학습지 포함)이었다.

카톡과 책을 이용자 수로 단순 비교해보면 카톡이 책보다 우리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듯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카톡 활성이용자수(MAU: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는 약 4,200만명이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 조사 결과 한국 국민이 1년에 읽는 책은 8.3권이었다. 대부분의 국민은 45일마다 한 권꼴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은 일상에서 어쩌다가 한 번 접하지만 카톡은 4,200만 사용자의 스마트폰 상에서 매일, 매시간 메시지 알림음을 울려댄다. 일반 국민에게 책보다 카톡이 더 친근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고등학생 A씨는 “책을 읽는 것보다 당연히 카톡 메시지를 읽는 것이 쉽다”며 “책이 카톡 메시지처럼 쉽게 읽힌다면 책을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B씨 역시 “업무와 일상에 지쳐있는 상태에서 당연히 어려운 책 속의 문장은 읽기 싫다”라고 동의했다.

그렇다면 책이 카톡 메시지로 변하면 어떨까. 흰 종이 위에 검은 글씨로 수놓아진 책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보수적인 매체이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책 속의 문장보다 카톡 메시지에 더 익숙하고 카톡 메시지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최근 책에 카톡 메시지 형식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시도가 성공적이라는 평이 들린다.

삼국지는 초중고 필독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고전이며 뉴스에서도 정치인이나 스포츠 감독을 『삼국지』 인물에 자주 비유한다. 그러나 분량이 너무 방대하고 내용이 어려워 정작 전체를 읽은 사람이 드물다. 10권으로 된 나관중의 『삼국지』를 한 권 분량의 카톡 메시지로 축약하면 어떨까. 작가 ‘심 쌤’은 그의 책 『3분 삼국지 톡』에서 카톡 메시지 형식으로 나관중의 『삼국지』 10권을 386쪽짜리 책 한 권으로 압축한다. 책은 매장마다 두 부분의 카톡 대화로 이뤄진다. 한 부분은 『삼국지』를 모르는 아내를 위해 남편이 『삼국지』의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형식이다. 나머지 부분은 『삼국지』의 인물들이 단체 카톡을 나눈다는 설정이다. 한 독자는 “나관중의 『삼국지』와 『3분 삼국지 톡』을 모두 읽었지만 『3분 삼국지 톡』이 이해하기 훨씬 좋은 것 같다”며 “카톡은 기본적으로 ‘대화’이며 ‘대화’는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목적에서 행해진다. 10권짜리 『삼국지』는 전투 장면 묘사 등 전반적인 내용을 이해하는데 불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이 책은 『삼국지』를 ‘카톡 대화’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다른 독자는 “『삼국지』를 모르는 아내에게 『삼국지』를 이해시키려는 남편의 모습도 재미있고 실제로는 결코 말을 섞지 않았을 법한 위·촉·오의 영웅들이 단체 카톡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설정이 재밌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네이버 인기 역사 웹툰 ‘조선왕조실톡’의 작가 무적핑크가 같은 제목으로 카톡 메시지 형식을 차용해 출간한 『조선왕조실톡』도 인기다. 『3분 삼국지 톡』이 삼국지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면, 이 책은 웹툰이 원작인 만큼 재미를 끌어내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조선 태조로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책인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인물들이 스마트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대처럼 카톡을 한다는 설정이다. 과거에는 없는 현대의 물품이나 언어, 사회상도 등장한다. 예를 들어 책은 고기를 좋아하는 세종에 초점을 맞춰, 고혈압과 당뇨기가 있음에도 상궁과 어의에게 고기를 달라고 카톡으로 투정하는 세종의 모습을 희화화한다. 또한 동물을 좋아하는 성종은 카톡이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라오는 동물 사진들을 모으며, 자신이 키우는 원숭이와 카톡을 나눈다. 그러나 실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들도 놓치지 않았다. 정사(正史)라는 코너에는 ‘실록에 기록된 것’이라는 제목으로 실제 기록된 사실을 간단하게 나열했다. 한 학생 독자는 “딱딱한 교과서를 읽다가는 자칫 역사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조선왕조실톡』으로 역사 속 인물들에게 친근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이 책을 읽은 후로 역사 공부가 재밌어졌다”고 말했다.

같은 작가의 『세계사톡1 : 고대 세계의 탄생』은 카톡의 형식을 차용하되 『조선왕조실톡』에서와 같이 역사 속 한 인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세계사의 흐름에 주목했다. 빗살무늬토기 등 자신이 만든 신석기를 카톡을 통해 ‘인증’하는 한 고대인의 모습으로 시작해 홍수가 난 것을 걱정하는 한 이집트인에게 다른 이집트인이 카톡을 통해 ‘농사가 잘될 것’이라며 위로하는 모습 등 신석기 시대부터 로마와 고대 중국까지 섭렵한다. 『조선왕조실톡』과 마찬가지로 재미에 초점을 맞추긴 했지만,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딱딱한 문자로만 암기했던 세계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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