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나 구름은 비에 관한 증언을 함에 있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할 것을 약속합니다.
비는 내 품에서 자나 깨나 멋진 낙하를 꿈꿨습니다. 뛰어내리는 순간까지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낙하 직전 그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실패하면 또 올라오죠, 뭐. 그랬습니다.
그는 실패와 친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을 견딜 수 있었고 마침내 눈이 돼 우아하게 황홀하게 낙하할 수 있었습니다. 지침 없는 그의 도전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말에 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를 오랫동안 깊이 들여다본 나는 이렇게 증언하고 싶습니다.
그건 여유와 긍정이 해낸 일이라고.
여유 없는 도전은 자꾸 조급해지고
긍정 없는 도전은 갈수록 움츠러드니까요. <33쪽>
손톱깎이의 일생은 연필깎이의 일생과 같을까. 평생 손톱 깎는 일 하나만 할까. 얼핏 생각하면 그럴 것 같은데 실은 그렇지 않아. 발톱도 깎지. 하는 일의 영역을 넓히려면 손톱깎이처럼. 하던 일 접고 새로운 일 찾을 때도 손톱깎이처럼. 너무 멀리서 찾지 말 것. <57쪽>
친구를 알려면 사흘만 함께 여행하라.
가장 가까운 친구는 부부. 그러나 사흘 신혼여행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없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천국 입구인지 사흘로는 알 수 없어. <114쪽>
하마야, 나는 살 빼고 싶지 않아. 지금 내 몸매에 불만 없어.
공룡이 무거운 몸 때문에 멸종했다고? 아니, 공룡은 다이어트 하려다 멸종했는지도 몰라.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무게가 있어. 각자 자기 무게로 살면 돼. 왜 우리가 날씬해져야 하지? 왜 우리가 날렵해져야 하지? 날씬한 것은 사슴과 기린에게 맡겨. 날렵한 것은 치타나 표범에게 맡겨. 사슴을 닮은 코끼리, 이상하잖아.
난 더 먹을래. <229쪽>
『틈만 나면 딴생각』
정철 지음 | 인플루엔셜 펴냄 | 344쪽 | 1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