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저장소' 폐쇄 논란… '사회적 해악' vs '표현의 자유'
'일베저장소' 폐쇄 논란… '사회적 해악' vs '표현의 자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8.04.04 16: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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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일간베스트 홈페이지>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폐쇄와 관련한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가 '일베사이트를 폐쇄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실태조사를 거쳐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청와대의 이 같은 태도에 한쪽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청와대 입장은) 사실상 일베 폐쇄를 추진하는 것이며, 이는 표현의 자유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행위이자, 방송장악에 이어 인터넷 공간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포털사이트 중 여권에 대한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네이버를 압박하기 시작하더니, 이제 눈엣가시 같은 반여권 사이트를 폐쇄 운운하며 압박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일베란 무엇이며 그간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되짚어 본다. 

◆ 극우 성향 일베… 지역감정 조장·인격 모독 논란   

일베의 정확한 명칭은 '일간베스트 저장소'다. 주로 유머와 정치를 다루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주식회사 아이비라는 곳에서 지난 2010년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삭제될 콘텐츠를 따로 모아두었던 것에서 출발했으며, 정치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수차례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호두과자도 그중 하나다. 천안에서 호두과자점을 운영하는 A씨는 5년 전 일베에 광고를 내고 사이트 회원을 상대로 호두과자를 판매했다. 문제는 이 호두과자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됐다. 과자박스에는 '고노무 호두과자', '추락주의' 등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듯한 표현이 적혔고, 노 전 대통령의 얼굴과 코알라를 합성한 모양의 도장도 함께 판매하면서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일베 회원들로 인해 발생한 논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올해 1월 25일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노 전 대통령의 광고가 등장했다. 해당 광고는 '달이 차면 기운다'라는 활동명을 지닌 일베 회원이 기획한 것으로 영상에는 'Happy birthday. we love you'라는 노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듯한 문구와 함께 일베를 상징하는 손짓, 노 전 대통령 얼굴을 코알라와 합성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65회 생일을 맞아 지지자들이 동일한 곳에 축하 영상을 내보낸 것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일베에서는 전라도 사람을 생선(홍어)에 빗대어 표현하거나, 여성을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단어로 지칭하고, 위안부 할머니를 '원조 원정녀'라고 표현하는 등의 내용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어 숱한 지적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희생자들을 '오뎅'이라고 표현해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또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는 유족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켜 먹는 돌출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극우 정치색이 짙고 과격한 표현이 난무하지만 일베 폐쇄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 일베… '사회적 해악' vs '표현의 자유' 

지난 2014년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일베 회원임을 밝혔던 윤수황 노무사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간 베스트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이 이야기(인터뷰)는 제가 지난 4년간 후회와 자책을 하며 써 내려 간 반성문"이라며 "제 발언으로 피해를 입었을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4년 전 인터뷰에서 윤씨는 "일베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으로 누구든 참여해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곳"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씨의 생각이 바뀐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다. 그는 "세월호 사건 이전의 일베는 보편적 복지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반대하는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논쟁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극우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내 인터뷰를 보고 일베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긍정적인 공간'으로 잘못 인식할까봐 두렵다"며 "폐쇄가 안되면 청소년 유해 사이트로라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베 폐쇄에 찬성하는 측에서는 지역감정 조장, 역사 왜곡(5·18 북한군 개입 주장), 독재 찬양, 민주화 폄훼 등도 찬성 이유로 들었다. 

반면 폐쇄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다. 나경원 의원은 "익명에 숨어 가짜뉴스를 만들고, 근거없는 허위·비방 글을 게시하는 행위는 엄벌해야 하나 행위자에 대한 처벌강화를 넘어 플랫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닥치고 그만' 식의 태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 "언론·표현의 자유가 봉쇄됐다고 여권이 그토록 비난하는 보수정권 시절에도 반대 성향을 가진 특정 사이트를 폐쇄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일베가 헛소리로 여론에 영향을 주던 때는 진작에 지났다. 오히려 자기들끼리 놀면서 사회에서 격리되는 효과가 현 시점에서 더 크다"며 "오히려 '일베에서 그러더라'라고 하면 '아 헛소리구나'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판독기 열할을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 정치적 의도 '배제'… 상식적인 조치 '필수'

청와대가 일베 폐쇄 결정을 실태 조사에 근거하겠다고 밝힌 만큼, 타당한 논리없이 폐쇄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후 내려질 정부의 결정이 지금의 논란을 증폭하지 않기를 바라며, 온라인 상에서 건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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