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넘어서나…
인공지능,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넘어서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8.03.0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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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림, 음악 등 예술 분야에서 창의력 나타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A.I.(인공지능) 음반 레이블 A.I.M(Arts in Mankind) 런칭 쇼케이스에 안무가 팝핀현준이 인공지능과 뮤지션의 협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인간의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일부 전문가들을 비롯한 대중들은 ‘인간만이 가능한 일자리의 존재’를 부르짖으며 안도한 바 있다. 특히, 일정한 알고리즘 안에서 발전을 꾀하는 영역이 아닌 그야말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창의력’이라는 범주는 만물의 영장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창의력’등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능가하는 사례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은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조어를 선포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상을 제시했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됐던 인재상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은 ‘창의력’이 강조됐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제목을 달고 쏟아진 책들 대다수도 ‘창의력’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에 출간된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에서 교육공학자 류태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 가운데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바로 창의력이다”라며 창의력을 “일정한 주제나 상황이 주어졌을 때 기발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같은 해 9월에 출간된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에서도 철학박사 김재인은 “전문분야일수록 인공지능이 잠식하는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며 “많이 생각해본 끝에 나는 남다른 생각을 떠올리고 무언가를 최초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인 ‘창조성’을 배워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창의력’을 가질 수 없다는 지금까지의 생각들은 굉장히 안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김선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그의 책 『예술로 읽는 4차 산업혁명』에서 “아직도 많은 사람은 인공지능이 ‘상상하고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믿으려한다”며 ‘창의적인 것’, ‘예술적인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영역이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예술 장르에서 관찰되는 영역확장과 성취는 놀라울 정도”라며 “인공지능 분야의 진보와 로봇의 발전은 예술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 자체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작곡가 AI

지난달 27일,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쥬크덱’과 국내 최초 인공지능 K팝 음반 레이블인 A.I.M.이 공동으로 주최한 K팝 공연이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펼쳐졌다. 2016년 7월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는 ‘모차르트 vs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로 음악회가 열렸다. ‘인공지능 작곡자’ 에밀리 하웰이 만든 오케스트라 곡 ‘모차르트 풍 교향곡’과 진짜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들려주고 어느 음악이 더 아름다운지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됐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 산타크루스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이다. 비록 대결은 514 대 272로 인간 모차르트의 곡이 승리했지만 인공지능이 인간 고유의 능력인 ‘창의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에밀리 하웰의 음원은 아이튠즈, 아마존 등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또 이 음악회에 두 달 앞서 구글은 예술창작 인공지능 프로젝트 ‘마젠타(Magenta)’를 공개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인 머신러닝을 통해 예술과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인공지능이 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스스로 찾아내게 한 결과 80초짜리 창작 피아노곡이 나왔다.
 

# 소설가 AI

2016년 3월에는 일본의 호시신이치상(SF 문학상) 1차 심사 통과 작품 중 하나로 인공지능이 쓴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선정됐다. 3페이지 분량으로 인공지능의 생각과 감정을 묘사하는 이 소설은 “그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잔뜩 찌푸린 날이었다.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따분하다. 따분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 화가 AI

화가 겸 프로그램 개발자 헤럴드 코헨이 개발한 인공지능 ‘아론’은 사물과 인간의 신체구조에 관한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창조적인 컬러와 형상을 선택해 독특한 양식의 펜드로잉 작품을 완성해낸다. 헤럴드 코헨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론이 나보다 색을 더 과감하게 선택하고는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색채가로도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아론의 작품은 영국의 테이트갤러리 등 세계 여러 미술관에 전시 됐다.

2016년 4월, 네덜란드의 델프트 공대와 렘브란트미술관이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는 스스로 그림의 주제까지 선정해 렘브란트 화풍의 새로운 초상화를 창작했다. 같은 해 구글의 인공지능 화가인 딥드림은 인셉셔니즘이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꿈속의 몽환적인 세계를 그렸다. 딥드림의 그림 29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경매에서 약 1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암호해독가로서 튜링과 함께 작업하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자문하기도 한 영국의 수학자 어빙 존 굿은 저서 『최초의 초지능 기계에 관련한 사색들』에서 “지적 활동에서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훨씬 능가할 수 있는 기계를 초지능 기계라고 정의하자. 기계의 설계도 이런 지적 활동의 하나이므로, 초지능 기계는 더 나은 기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의문의 여지 없이 지능 폭발이 일어날 것이고, 인간의 지능은 훨씬 뒤처진 채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가져올 디스토피아적(유토피아의 반대어, 부정적인 측면들이 극대화해 나타나는 미래상) 미래를 전망했다.

한편 인공지능의 창의력을 강조했던 김선영 대표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인공지능은 세상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할 수 없다. 아울러 타인에 대한 이해도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스스로 주변에서 얻은 영감이나 자신의 감정을 예술로 표현할 수 없다”며 인공지능의 한계를 피력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도 어언 2년이 지났다.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서는 함부로 정의할 수 없지만 작금의 발전 속도라면 어빙 존 굿의 말처럼 인공지능은 충분히 모든 면에서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 정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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