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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교육 평가혁명⑫] ”채점 공정성 발목 잡혀 바칼로레아 논술형 교육과정 외면하면 더 큰 손실 초래“일본에 IB형 교육 도입한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성 대신 단독 인터뷰 
잃어버린 20년은 공교육의 경쟁력 상실에서 시작됐다. 일본이 ‘교육평가혁명’을 시도하고 있다. 부실한 공교육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은 결과다. 한국 교육계가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가운데 일본은 대학입시와 중고교 교육현장에서 ‘평가혁명’에 착수했다. 객관식 문제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서술·논술형으로 바꾸는가 하면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혁명적인 변화다. 서울대, 고려대, 서울교대 등이 대입전형에서 논술고사를 전면폐지하고 다른 대학들도 논술전형을 축소하는 한국과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신향식 객원기자를 일본에 급파, 일본 교육의 평가혁명 현주소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註)>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성 대신

/ 사진출처=아베 신조 총리 관저 홈페이지>

[독서신문] 총리 산하 교육재건실행위원회 회의가 열린 2013년 1월 24일 일본 총리관저.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교육혁신으로 일본을 재건하겠다고 전격 선포했다. 


“교육재건은 경제회생과 함께 일본의 최우선 당면과제입니다. ‘강한 일본(strong Japan)’을 회복하기 위해 미래를 견인할 아이들의 교육을 재건하는 일은 필수입니다. 교육재건의 궁극적 목적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에 눈을 뜨고 학업역량을 기를 기회를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제2기 아베 내각에서) 교육 재건에 온 힘을 쏟겠다”며 발표문을 이어갔다. 


“나는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선생을 문부과학성 대신으로 임명했습니다. 그에게 교육재건위원회 장관까지 맡겨서, 내각 전체가 교육재건에 힘쓰도록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교육재건실행위원회에서 국민과 함께 강력하게 교육을 재건하고자 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시모무라 대신(현 자민당 중의원)에게 전권을 주면서 내각 전체가 교육재건에 참여하도록 공식 촉구한 것이다. 

 

◆ ‘강한 일본’ 만드는 게 일본 교육혁신의 목표


시모무라 전 문부과학성 대신은 재임 기간(2012년 12월 26일~2015년 10월 7일)에 교육 개혁을 강하게 이끌었다. 이것은 고대접속개혁(高大接続改革), 곧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일체가 된 교육개혁을 포함한다. 대학입학시험을 지식 이해에 편중된 객관식 형태에서 논리적 사고력과 판단력, 표현력을 중시하는 논술형으로 바꾸고 이를 통해 수업 방식도 개혁하고자 했다. 


실제로, 일본은 객관식 위주의 센터시험(한국의 수능시험)을 2020년에 폐지하고 논술형 문제를 포함한 새 수능(대학입학공통시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논술형 교육과정인 국제 바칼로레아(IB)는 이미 공교육에 도입했다. 


교육혁신 작업은 시모무라 전 대신이 진두지휘를 했다. 그는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에게 IB 교육과정을 공교육에 들여와야 한다고 설득했다. 마침내 IB 교육과정은 2013년 6월 ‘각의결정’에서 공교육 도입이 결정됐다. IB를 일본어로 번역해 2018년까지 200개 학교에 보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에서는 수상 및 모든 각료의 의사결정수단 중 가장 위치가 높은 것이 ‘각의결정’이다. ‘각의결정’에서 IB 교육과정 도입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것이 국가 차원의 중대한 목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와세다대학 교육학부 출신인 시모무라 전 대신은 지난해 9월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도쿄도 제11구 선거구에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했다. 문부과학성 대신 사무관, 내각 관방 부장관, 문부과학성 대신,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을 맡았다. 시모무라 전 대신을 20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 “논술형 문제로 평가 받는 능력, 미래사회 생존에 중요”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과학 시간에 토론하는 모습

시모무라 전 대신은 “새로운 사회에서는 사고력과 판단력, 의사소통능력 등 인간적인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이것을 키우는 교육의 상징으로서 국제 바칼로레아가 있다”고 강조했다.


“IB 방식으로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 세계에서까지 살아갈 수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교육을 바꿔야 합니다.”


시모무라 전 대신은 “시험 공정성에만 몰두해 IB와 같은 논술형 교육을 모두 부인하면 큰 손실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과목 논서술형 평가방식은 객관식 문제처럼 기계적으로 채점 결과가 점수로 나오지 않으므로 평가에서 있어서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 “그러나 논문이나 논술형 문제로 평가받는 능력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하므로 채점 공정성만 너무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미 영국의 대입시험인 에이레벨, 프랑스의 대입시험인 바칼로레아, 독일의 대입시험인 아비투어 모두 IB처럼 전과목 논서술형 시험이지만 수십년간 채점의 공정성 문제 없이 대입시험의 역할을 무리 없이 해왔다.) 


시모무라 전 대신은 “좋은 내용이 교육 정책에 들어있으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 “교육정잭을 결정하는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정책의 내용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반대가 있어도 국민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확산하면서 어떻게든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교육 개혁에 반대 여론 생겨도 끝까지 설득해야”

시모무라 전 대신은 “한국에서 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한다면 정부에서 무리하게 강요하기보다는 이 교육과정에 의욕을 갖는 학교에서 먼저 도입해 보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의 역할이란, 학교가 국제 바칼로레아를 쉽게 도입하도록 그 기반을 정비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도입 여부는 각 학교가 판단합니다.” 


시모무라 전 대신은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에 필요한 경비는 국가가 기반을 마련하는 지원을 하고 운영 경비는 각 지자체가 부담한다”면서 “일본에서 IB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학교가 증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민간에서 그 필요성을 실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모무라 전 대신은 한국의 교육혁신에 관해서도 조언을 했다. 


“한국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방안을 내놓아도) 교육 정책의 개혁은 반드시 비판을 받습니다. 그런데 국민도 기업도 교육의 개혁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은 한사람 한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교육 정책을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 어떤 정책이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객관식 시험 고집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낙오할 것”

가이세이 중등교육학교 가정 시간에 학생들이 공동 작업을 하는 모습

시모무라 전 대신은 기존 일본의 수능시험에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험평가를 혁신하게 된 동기가 여기에 있다는 뜻이었다.


“하나는 고대 중국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 과거 제도입니다. 이 제도가 지금도 일본의 대학 입시에 짙게 남아 있어 암기 위주의 객관식 시험이 출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는 가운데, 그러한 방식은 낡은 방식이 됐습니다. 기존 방식을 고집한다면 일본도 세계에서 낙오자가 될 것이라고 염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그는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기존 객관식 시험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새로운 사회(Society5.0)를 맞아,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변화하고 있어 기존의 평가방식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모무리 전 대신은 “수렵 사회(Society 1.0), 농경 사회(Society 2.0), 공업 사회(Society 3.0), 정보 사회(Society 4.0)에 이어 새로운 사회가 왔다”면서 “사물 인터넷(IoT)의 발달로 사람과 물건이 연결돼,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 주행 차를 활용하는 시대가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시한 지식이나 업무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기 때문에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게 시모무리 의원이 일본교육을 혁신한 배경이라는 뜻이다. 

신향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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