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해외 작가의 경우 ‘옮긴이의 말’로 가름할 수도 있다. <편집자 주> |
[독서신문 권보견 기자] "외국에도 이런 마을이 있나요?", "짓다 말았나 보죠? 집들이 특색이 없네요. 다 비슷비슷해서." 헤이리에서 일하기 시작한 초창기에 가장 많이 듣던 소리다. 많은 사람들이 헤이리를 궁금해했고, 질문을 던졌다.
헤이리 마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무모한 사업이었다. 전체 구성원이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하나의 도시를 만든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두세 사람이 함께 집을 지어도 다툼이 일어날만큼 공동사업은 어려운 일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창작과 주거에서부터 문화예술의 생산과 소비 전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소통되는 문화도시라니.
나는 헤이리가 첫걸음마를 떼던 시기부터 모든 골격이 갖춰지고 활발히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펼치기 시작할 때까지 헤이리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어설픈 몸짓이 제법 근사한 마을이 되기까지의 과정 속에는 밤하늘의 별처럼 숱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 길가의 나무 한 그루, 안내판 하나에도 수차례의 토론과 고심의 흔적이 담겨 있다.
어느새 헤이리 마을에 200채가 넘는 건물이 들어서고, 주말이면 사람이 빼곡히 몰려들며 외국에서도 심심찮이 벤치마킹을 온다. 지금의 헤이리가 되기까지 함께 걸어왔기 때문에 헤이리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오롯이 필자의 책무였다.
이 책에 헤이리 마을을 만들기까지의 20년 시간과 비밀을 담았다. '꿈꾸는 자라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택한다'던가. 여럿이 함께 꿈꾸어 온 헤이리의 도정이 또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헤이리 두 사람의 숲』
이상 지음 | 가갸날 펴냄 | 304쪽 | 15,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