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과 공책이 사라진 교육현장
볼펜과 공책이 사라진 교육현장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7.12.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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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재밌게, 가상현실로 공부, 새로운 세대의 공부법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가방에서 책 대신 아이패드를 꺼낸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메가스터디 등 사설학원의 인터넷 강의를 시청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보이는 교실이나 학원가, 길거리, 지하철, 집안 풍경은 생소하다. 이들을 아예 기존의 세대와 다른 세대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세대를 부르기 위한 이름이 있다. 바로 아이젠(iGen)이다.

‘아이젠(IGen)’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등산할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발에 감는 아이젠은 아니지만, 그만큼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아이젠(IGen)’이 떠오르고 있다.

‘아이젠’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철이 들기 시작한 10살 즈음부터 아이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온 세대를 말한다. ‘아이젠’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면서 용어를 보편화한 이는 미국의 심리학자 진 트웬지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다. 트웬지 교수는 아이젠 세대는 바로 이전 세대와 매우 다르며, 이러한 급격한 차이는 2010년 무렵부터 10대들 사이에서 보편화 된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했다. 유럽에서는 이들을 기존의 Y세대와 다른 Z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주로 사용하여 소통하고, 바깥에 잘 나가지 않는다.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하고 택배로 받는 게 익숙하다. 드라마나 예능, 영화는 TV로 보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본다. 정치적 의견일 수도 있는 자기 생각을 소셜 미디어에 적극적으로 게재한다. 이들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되면서 정치, 경제,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아이젠은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연 학습이다. 독서신문은 이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공부방식에 주목했다.

 

시공간 초월한 학습문화

지하철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인터넷과 연결되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젠에게는 스마트폰을 잡고 있는 자리가 곧 학습장소다. 대학생 김병수(23)씨는 영어 회화 말하기 시험인 토익 스피킹 시험을 위해 유튜브 ‘올리버쌤’을 구독한다. 한국말을 잘하는 올리버쌤이 한국인이 실수하기 좋은 영어표현들을 일인 다역 상황극을 하며 재밌게 설명해준다. 그는 “책을 거의 보지 않는다. 지루한 책보다는 동영상만으로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올리버쌤은 구독자수가 60만명이 넘었다.

회사원 강지환(27)씨는 자칭 요리 전문가다. 혼자 살게 된 이후 요리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요리 학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역시 스마트폰 콘텐츠를 이용해서 배운다. 올 한해 유행이었던 쿡방을 푹tv에서 다시보기 한다고 한다. 그는 “TV로 쿡방 보면서 따라하는 것보다는 도마 옆에 스마트폰 동영상을 틀어놓으면서 요리하면 쉬워요”라고 했다.

교육부도 아이젠세대를 위한 학습방식 개선에 동참했다. 교육부는 지난 27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창의 인재 육성을 위해 내년부터 '실감형 콘텐츠'가 적용된 초·중학생용 사회·과학·영어 디지털 교과서를 보급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과서는 기존 책자형 교과서와 별도로 교과 내용을 컴퓨터·태블릿·스마트폰 등 다양한 IT(정보통신) 기기에서 내려 받는 형태의 교과서를 말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인터넷에서 디지털 교과서를 무료로 내려받은 뒤 학교나 가정 등에서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카톡' 그만하고 공부해라...스터디인데요?

“늦잠 잤습니다. 죄송합니다. 벌금 내겠습니다.”

취업스터디를 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이성제(28)씨는 오늘 아침 늦잠을 잔 사실을 단체 '카톡'방에 보고했다. 이렇듯 아이젠은 스터디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한다. 단체 카카오톡방에 지정 기상 시간이 되면 독서실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을 셀카로 인증하는 ‘출석 체크 스터디’는 아이젠만의 독특한 문화다.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공부 방송’, 노트 필기 소리 등 공부 음향을 모임과 나누는 ‘공부 ASMR’도 있다. 고시생 위남욱(29)씨는 “공부하는 데 도움이 확실히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많이들 한다”고 했다.

 

게임하는 거니? 아니, 공부한다!

“게임 아니라 공부인데요?”

기자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학생에게 “공부는 언제 할래”라고 질문했다가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분명히 스마트폰에 뜬 화면에는 무기를 들고 있는 캐릭터가 적캐릭터를 공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의 스마트폰을 더 들여다보니, 게임이 아니었다. 한자공부 어플이었다. 한자의 뜻과 음을 맞추면 캐릭터가 적을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반대로 틀리면 아군 캐릭터가 공격을 당한다.

이처럼 게임을 이용한 교육 콘텐츠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교육업 조사 전문기관 Ambient Insight에 따르면 에듀게임의 시장 규모는 현재 26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추세를 기반으로 2021년까지 약 22.4%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73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 투자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6년 상반기에만 3억25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영국의 前 교육부 장관 마이클 고브(Michael Gove) 역시 게임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 마커스 드 사토이 (Marcus du Sautoy) 교수가 개발한 수학 교육용 게임을 예로 들며 "학생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을 효율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방정식 등을 사용하여 턴 수를 계산하는데, 이 때 학생들의 몰입도는 놀랍기 그지없다. 논리적, 수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목에서 교육용 게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하며 교육과 게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교육부, 가상현실 학습 지원에 발 벗고 나서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한 번 보는 것이 여러 번 듣는 것보다 낫다. 그렇다면 2D가 아닌 3D는 어떨까. 현재 2D가 보편적인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학습에서 더 나아가, 증강, 가상현실을 이용한 학습에 교육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지난 27일 발표에 따르면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생이 사용하는 사회·과학 디지털 교과서는 학습 흥미를 높이기 위해 AR과 VR 기술이 새롭게 적용된다. AR은 현실 이미지에 가상 이미지를 합쳐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를 비추면 화면에 나타나는 괴물을 잡는 '포켓몬 고'가 AR을 활용한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VR은 머리에 쓰는 단말기를 통해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마치 현장에 간 것 같은 환경을 체험하는 기술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VR을 활용하면 과학 시간에 우주 공간을 떠다니거나 화산 내부를 둘러보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사회 시간에 독도를 걸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초등 3~4년생과 중 1년생에 이어 2019년 초등 5~6학년생과 중 2년생, 2020년 중 3년생에게 디지털 교과서를 순차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또 학습자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개별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초등학교에 태블릿을 공급하고 무선 인터넷 망을 설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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