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겨울은 식물에도 혹독한 계절이다. 잎은 말라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가 참 볼품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저자는 영국 등 정원 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서 '윈터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는 겨울 정원의 개념을 정리하고 겨울 정원을 디자인할 때 유의할 점을 알려준다.
겨울날 정원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겨울나무의 속살, 그래스와 마른 식물들, 상록성 나무와 풀, 겨울에도 볼 수 있는 꽃과 열매 등의 주체별로 나눴다.
저자는 아름다운 겨울 정원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갔던 세계 유수의 정원들, 특징이 저마다 다른 다양한 종류와 품종의 식물, 그리고 맨 뒤에 줄기, 열매, 꽃, 마른 모습 등 감상요소별로 추천한 식물 목록에 이르기까지 전문 정원사로서 수년간 쌓아온 가드닝 지식과 노하우, 식물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쉽게 식물을 관찰하고 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침엽수가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는데도 다 이유가 있다. 긴 겨울에 비교해 여름이 너무 짧은 한대지방에서는 에너지를 많이 들여 매해 잎을 새롭게 만들기보다 이전의 잎들을 단 채로 겨울을 버티는 것이 유리하다. 심지어 가문비나무의 잎은 수명이 15년 정도나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침엽수들은 참 참을성이 많은 나무가 아닌가! 아니, 똑똑한 나무라고 해야 할까?
겨울에 꽃피는 나무들이 특히 향기로운 것은 사실 꽃가루를 매개할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 벌, 나비 등 꽃가루 매개자가 부족한 겨울에 열매를 맺고 후손을 남기려면 지금 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해서든 널리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의 하나하나는 다 저마다의 이치에 맞게 생기고 살아간다.
저자는 겨울 정원에서 갈색을 감상해보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식물은 싱그럽고 건강한 상태로 감상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겨울철에 저마다의 갈색으로 말라가는 풀꽃과 열매들, 낙엽성 나무들에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마른 잎들, '대지의 머리칼'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부드럽고 풍성한 그래스의 물결까지, 겨울정원에는 다른 계절에 볼 수 없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이 책이 1년 내내 식물과 함께하는 어떤 공간에서든 식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상할 수 있는 눈을 길러주길 바란다.
『겨울정원』
김장훈 지음 | 가지 펴냄 | 272쪽 | 1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