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의 31년간 인생 여정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네'
한 경찰관의 31년간 인생 여정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네'
  • 김지만 기자
  • 승인 2017.11.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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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도서출판 블루쉽>

[독서신문] "신속히 인분 제거용 구멍을 찾았으나 열려 있지 않아 피의자가 똥통 안에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단정했다. 화장실 문을 따고 변기 밑의 똥통을 플래시로 비춰 확인해보니 피의자의 몸통은 보이지 않고 머리통만 보였다."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네』(김찬세 지음, 도서출판 블루쉽 펴냄)에 수록된 수사비화 중 이른바 '똥통 사건'의 한 대목이다.

저자는 절도·폭력 등 전과 5범을 검거해 조사하던 중 피의자가 용변이 급하다고 하자 동료 경찰관의 감시 하에 용변을 보게 했다. 그런데 피의자는 변기를 치우고 똥통(예전 재래식 화장실)에 들어가서 수사서류를 폐기하고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저자는 그의 뜻대로 수사서류를 폐기하고 인분을 제거한 후 피의자를 밖으로 나오게 했다. 온몸에 인분이 묻어 있는 터라 신속히 제거하지 않으면 똥독에 올라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저자는 피의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벗기고 수도꼭지에 연결되어 있는 호스로 물을 뿌리고 비누질을 해서 인분을 완전히 깨끗하게 씻어주고 파출소 직원의 헌 옷으로 갈아입히는 등 최선의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자 피의자는 "형사님! 잘못했습니다. 수갑을 채우세요!"라며 양손을 내밀고 눈물을 흘렸다. 당시 저자는 수사 형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피의자의 언행에 애처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죄는 밉지만 회개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고마웠다고 회고했다.

31년간 경찰관으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한 일생을 기록한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네』는 저자가 한평생 살아온 추억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구두닦이 소년이 경찰에 입문해 31년간 민생치안에 앞장서다'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시절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도 학업과 무예(태권도)를 병행하며 지식과 체력을 길렀던 일, 경찰에 투신해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겪었던 수사 비화, 선배․동료와 빚어졌던 갈등, 경찰관으로서의 비애와 보람, 이혼 및 재혼, 자녀 양육 및 결혼, 친척과 지인들의 사연, 여행과 운동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노후생활 등이 진솔하게 기록돼 있다.

올해 77세인 저자는 강원도 인제군 내면의 산골 마을 단칸방에서 출생해 다섯 살 때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 가마봉 밑 돌담집으로 이주했다. 열 살 때 6․25전쟁을 겪으며 포화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부친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현천초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열일곱 살 때까지 모친을 도와 농사를 짓다가 큰형과 함께 원주로 나와 구두닦이․행상으로 돈을 벌어 집안 살림에 보탰다. 야간중학교에 입학해 학업을 계속하는 한편 태권도를 배워 유단자가 됐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일간지 신문에서 경찰 모집 공고를 보고 도전하겠다 마음먹은 후 3개월간 시험을 준비한 끝에 합격했고, 1970년 1월 3일 전북경찰청 소속 순경으로 임용되면서 경찰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강원 영월경찰서, 서울 강서․영등포․양천경찰서를 거쳐 2000년 12월 31일자로 정년퇴임하며 31년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던 경찰의 문을 나섰다. 수사 형사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해결하며 '범죄와의 전쟁'의 최일선에서 사회정의 구현, 민생 안정에 앞장섰다.

수사비화에서는 꽃뱀 사건,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범인 가족을 도와준 덕분에 칼침을 피할 수 있었던 일, 범인과 함께 수갑을 찼던 일, 정보 제공자가 오토바이 전문절도단 단원이었던 사건, 부친 살해 후 시신을 토막 낸 사건, 손자가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 피해자의 명석한 의지로 강간을 모면한 사건, 국회의원 박인상 수사 사건,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국가 위기 상황 시 계엄사령부 수사요원으로 파견됐던 일 등이 마치 흥미진진하고 긴박하게 펼쳐진다.

평생 '정의'를 모토로 삼아 살아온 저자는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며 "이제 갈 길을 거의 다 왔다. 그래서 이제는 목적지까지 천천히 걷고 싶다.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말이다"라고 여생의 계획을 담담하게 밝히고 있다. / 김지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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