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의 계절]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베스트 10을 말한다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미스터리의 계절]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베스트 10을 말한다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 엄정권 기자
  • 승인 2017.09.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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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애거사 크리스티(1890~1976)는 영국 출생으로 1920년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으로 데뷔, 100여권에 달하는 작품을 남긴 ‘추리소설의 여왕’이다. 사후 40년이 넘도록 세계 각국에서 번역본이 아직도 팔리는 것을 보면 추리소설의 여왕 자리를 도저히 내줄 수 없는 도도함이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여왕 후계자는 아직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일본 미스터리 평론가 시모쓰키 아오이가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책을 냈다. 시모쓰키는 책 머리말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라는 거대한 산맥에 도전하는 길잡이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애거사 크리스티

책은 애거사 크리스티 97개 작품을 에르퀼 푸아로 시리즈 33개, 미스 마플 시리즈 12개 등 구분해 실었다. 각 작품마다 작품성에 따라 최고 5개의 별을 매겼다. 줄거리를 간단히 싣고 그 평과 문학적 의미와 여러 에피소드까지 넣고 있어 읽기 수월하다. 지루하다 싶으면 별이 많은 작품부터 읽어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시모쓰키는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 베스트 10을 선정했다. 1위 커튼 2, 다섯 마리 아기 돼지 3, 끝없는 밤 4, 주머니 속의 호밀 5, 봄에 나는 없었다 6, 백주의 악마 7, 깨어진 거울  8,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 9. 죽음과의 약속 10. N 또는 M. 이 가운데 몇 가지 줄거리와 문학적 의미 등을 소개한다. 시모쓰키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 베스트 10

 1위 커튼
 2위 다섯 마리 아기 돼지
 3위 끝없는 밤
 4위 주머니 속의 호밀
 5위 봄에 나는 없었다
 6위 백주의 악마
 7위 깨어진 거울 
 8위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
 9위 죽음과의 약속
 10위 N 또는 M

『커튼』 ; 명탐정 푸아로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크리스티가 이런 소설을 썼을 줄이야. 읽고는 너무나 놀라서 몸이 벌벌 떨렸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즉기 읽기를 바란다.

푸아로 시리즈(모두 33개 작품)를 읽지 않았다면 먼저 『ABC살인사건』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정도는 읽어보는 것이 좋다. 아주 크리스티다운 충격을 선사한다.

모든 추리소설 작가는 『커튼』을 읽어야 마땅하다. 살인이 일어나리라는 사실은 초반부터 알고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죽일지는 모른다. 그저 의심으로 가득한 어두운 분위기가 이야기를 지배한다. 자잘하고 검은 불안의 입자가 시종일관 작품 속 공간을 채운다. 이 서스펜스, 마음을 어둡게 물들이는 분위기. 의외의 범인, 의외의 동기, 의외의 피해자. 불안감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것이 『커튼』의 주제다. 그 불안, 공포, 절망을 추리적 장치로 승화시킨 작품이 바로 『커튼』이다. 크리스티의 건강한 정신은 미적지근한 위선이 아니라 강한 힘을 품고 있다. 커튼의 결말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바로 그 힘이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 이 작품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는 ‘동기’이다. 동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심리적 탐정법과 찰떡궁합이다. 이 작품이야말로 크리스티의 추리적 기법과 소설적 기교의 집대성이라고 확신한다. 작품에서 크리스티는 치밀함을 관능으로 뒷받침한다.

모든 내용을 오감을 자극하는 선명하고 강렬한 필치로 묘사한다. 아름답고도 측은한 마지막 장면이 독자의 기억에 각인돼 잊지 힘들 것이다. 완성도가 엄청나게 높다.

『주머니 속의 호밀』 ; 금융회사 사장이 사무실에서 차를 마시다 사망한다. 아침 식사 때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독극물을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단 무엇보다 미스 마플이 멋지다.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나는 소름이 돋았다. 어슴푸레하고 불길한 로맨티시즘의 향기를 희미하게 풍기며,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를 마지막까지 책에 붙들어 놓는 원숙한 걸작.

이 음울한 긴장감은 커튼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사간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온 미스 마플 앞으로 온 한 통의 편지. 마지막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 편지. 이것이 남기는 여운은 대단하다. 감동적이다. 크리스티 작품을 읽고 눈물을 글썽거릴 줄이야. 걸작이다. 

『백주의 악마』 ; 피서지 섬에 은퇴한 여배우 엘레나가 등장하면서 평온함은 깨지고 요동치기 시작한다. 해변에서 엘레나가 교살당한 시체로 발견되고... 이 작품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면서 크리스티 브랜드의 예리한 독기가 느껴진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마치 군살을 쫙 뺀 근육질 몸매같은 긴박감이 흐른다. 잘 벼린 칼 같은 작품, 걸작이다.

『N 또는 M』 ; 탐정 커플 토미와 티펜스가 중년으로 나온다. 가능하면 뒤표지의 줄거리도, 권말 해설도 읽지 말고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읽기를 추천한다. 이 작품은 스파이 정체가 밝혀져 ‘여행지 추리소설’로서의 역할이 끝났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대번에 ‘스릴러’로 변한다.

그리고 기대하시라. 여기부터가 진짜 재미다! 이 마지막 스릴러 부분에 기만의 천재 크리스티의 절묘한 술수가 잔뜩 깔려 있다.

다음은 베스트 10에 들지는 못했지만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쥐덫』과 『검찰측의 증인』을 알아본다.

『쥐덫』 ; 크리스티의 희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1952년 런던에서 첫 공연 막이 오른 후 계속 상연돼 최장기 공연을 유지하고 있다. 쥐덫(소설판 쥐덫도)은 살인자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외부와 접촉이 불가능한 밀폐 공간에 격리된 가운데 살인이 발생하는 이야기로 이른바 ‘눈보라에 갇힌 산장’물이다.

여기서 다루는 수수께끼는 ‘한정된 공간에 갇힌 인간의 물리적 이동’이다. 살인자가 무대 위 배우들 사이에 숨어있다는 사실이 관객을 무대 위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검찰측의 증인』 ; 이 작품은 빌리 와일더의 명작 영화 ‘검찰 측의 증인’의 원작 희곡이다. 1953년 처음 무대에 올려졌다. 영화는 1958년 개봉됐다. 한국에는 ‘정부’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이 작품의 반전은 앞서 진행됐던 이야기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꾸어버린다. 재판이라는 연극을 상연하는 가운데 재판이라는 연극의 관객인 배심원을 실제 관객이 연기하는 작품이다.  / 정리=엄정권 기자

『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사 펴냄 | 564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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