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은 소설집 등 책의 맨 뒤 또는 맨 앞에 실리는 ‘작가의 말’ 또는 ‘책머리에’를 정리해 싣는다.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는 작가가 글을 쓰게 된 동기나 배경 또는 소회를 담고 있어 독자들에겐 작품을 이해하거나 작가 내면에 다가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에 독서신문은 ‘작가의 말’이나 ‘책머리에’를 본래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발췌 또는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주>
[독서신문] 장편소설 『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의 작가의 말= (…) 사랑에는 단계가 있어 그 계단을 밟아야 하고 한 계단마다 의미를 깨닫고 성숙해 가는 것 같습니다. 결코 내 욕망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걸 사랑할 때는 잘 모릅니다.
나를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맞춰야 한다는 걸 알지 못하는 게 젊은 날의 사랑입니다.
(…) 우리는 누구나 사랑의 전과자이기에 추억과 상처가 있기 마련이겠지요. 사랑이 고통스러워도 물러설 수 없는 것은 그 어딘가에 황홀함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상처를 추억으로 삼으면 향기가 되고 고통으로 여기면 후회만 남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운명적인 남녀의 인연과 해독제가 없는 사랑 얘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제 추억을 일부 꺼내고 상상을 한껏 보태서 말입니다. 벼락같고 피뢰침같이 단번에 감전되는 사랑이 근사한 건 줄 알았는데 그 순간을 영혼의 창고에 쟁여두기 위해서는 사랑의 온도가 100도가 아니라 36.5도라야 한다는 걸 이제야 겨우 알아차렸습니다. (…)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소설을 쓰면서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는 글을 책상 앞에 써 붙였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분들은 바람도 걸려드는 사랑의 그물을 짜보았으면 합니다. / 엄정권 기자
『바람으로 그린 그림』
김홍신 지음 | 해냄출판사 펴냄 | 352쪽 |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