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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낙연 총리의 ‘열 두살 인터넷신문’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시골에 가면 펌프가 있는데, 허드렛물을 먼저 붓고 펌프질을 해야 맑은 물이 나옵니다. 제가 바로 허드렛물을 하겠습니다. 맑은 물은 다음에 나오시는 분들에게 양보(...)”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이낙연 총리가 7월 28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인터넷신문의 날 기념식의 첫 축사 주자로 나서며 이렇게 말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장내 분위기에 웃음을 던지는 의미있는 ‘아이스 브레이크’였다. 이어서 추미애 등 여야 정당 대표들이 단상에 올랐으니 이 총리의 유머에는 나름 뼈가 있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시대로 정치인들도 언행을 절제하고 숙고를 통해 바른 정치를 하게 됐다”며 이게 바로 인터넷신문의 순기능이라며 세대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인터넷신문 생일에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인터넷신문이 제도화된 것은 12년 전이다. 이날 이근영 인터넷신문협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그동안 인터넷신문은 많은 모험과 개척을 했다”며 “이제는 뉴스 생산자이자 다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독자적인 매체로 우뚝서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런데 인터넷신문은 왜 12년 동안 기념식도 없이 ‘생일날’을 못 찾아 먹었을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평가할 때 흔히 쓰는 말 ‘잃어버린 10년’이 여기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닌가.

인터넷신문이 태동하고 법적 테두리로 들어온 게 김대중 정부 시절임을 감안하면 이런 추측도 무리는 아니다. 핍박과 억압은 노골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어도 냉대는 감내했다는 게 인터넷신문 초기 인사들의 증언이다.

최근 한 인터넷신문 발행인이 자신의 매체 월간 방문자수가 매우 크게 늘었다며 이는 자신의 매체가 인터넷신문의 주류로 떠올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골자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이 발행인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방문자수가 노무현 정부 때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며 이는 보수정권의 인터넷신문에 대한 억압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이런 억압설(說)이 맞는다면 지금 인터넷신문은 ‘타이밍’이 좋다. 억압의 주체가 사라졌기 때문이고 인터넷을 인정하는 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인터넷신문과 토론회에서 인터넷신문의 순기능을 강조하면서 선거운동에 인터넷 언론의 도움을 받았다고 확실히 밝힌 바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신문이 이 정권 창출에 일정 역할을 했다는 것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이날 문 대통령은 축하영상을 보내고 이낙연 총리가 축사를 한 것 아닌가.

이낙연 국무총리

다시 이낙연 총리로 가보자. 그는 축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영국 가디언지 편집국장 찰스 스콧의 명언 ‘논평은 자유지만 사실은 신성하다’는 말을 그는 기자생활 21년 동안 늘 잊지 않았다며 인터넷 언론에 대한 따끔한 말을 우회적으로 건넸다.

그 다음 말이 걸작이다. 사회자가 인터넷신문이 12살(12년)이 돼 이제 ‘말귀를 알아듣는 나이’라고 소개한 것에 빗대 “열 두 살이면 이제 부모 말 안 듣는 나이”라고 해 다시 장내는 웃음바다.

이낙연 총리는 기자 시절 기사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썼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한 탓인지  ‘말’을 주고받는 데 매우 능하다는 평을 들었다.
그래서 그의 ‘말’은 한마디한마디 새겨들어야 한다. 그가 야당 대변인 시절에도 여당 예봉을 꺾은 것은 ‘단 한 줄짜리 짧은 평’이었다. 이른바 촌철살인이다.

이낙연 총리의 말을 다시 곱씹어본다. ‘사실은 신성’과 ‘말 안 듣는 열두 살’ 사이에 지금 인터넷 언론이 놓여 있다. 그는 정확한 분석에 따른 노련한 비수를 던진 것이다. 인터넷신문이 운동장이 넓어졌다고 즐거워할 때가 아니다. 정신 차리고 본질에 더욱 충실할 때다.

독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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