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북’은 이런 것 |
[독서신문] # 샤넬 백은 기본 300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비싸도 샤넬 백은 여전히 여자들 로망이다. 오랜 경기침체로 안먹고 안쓴다고 하지만 샤넬 백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오히려 계속 가격을 올려도 사려고 안달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 『1㎝ 경제학』 은 물건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라는 베블런 효과로 설명한다. 가격이 오를수록 아무나 살 수 없기에 희소성은 커지고 이 희소성은 부유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과 맞아 떨어진다.
# 나이키는 1994년부터 1998년까지 5년 연속 실적이 세 배 이상 뛰어오르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어느 순간 성장률이 둔화됐다. 분석 끝에 흥미롭게도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아디다스, 리복, 푸마 등 동종업체가 아니라 소니, 닌텐도, 애플 등 IT업체라고 결론 내렸다.
이유는? 나이키 주고객은 청소년인데, 그들은 부모에게 용돈 받으면 돈의 60%를 신발이나 스포츠용품에 써왔다. 그런데 IT게임 등장으로 운동화 대신 게임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애플의 문을 두드리고 운동화 밑창에 센서를 달고 아이팟에 연동시키게 했다. 하루 운동량이 기록됐다. 바로 ‘나이키, 아이팟 스포츠 키트’다. 운동과 IT기술을 보완재로 인식을 전환,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다. <81~83쪽>
『1㎝ 경제학』
연합인포맥스 한컷경제팀 지음 | 다산북스 | 280쪽 | 15000원 (152×201㎜)
흔히 경제는 어렵다고 한다. 숫자가 많이 등장하고 낯선 전문용어도 자주 만나야 하고 영어 약자와도 심심찮게 부닥친다. 그리고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현상의 맥락을 알아야 이해되는 대목도 많다.
그러나 너무 배우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여 현장감 있게 설명을 듣는다면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 1㎝ 더 가까이,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1㎝ 경제학』이다. 출판사 측은 ‘경제가 웹툰보다 더 재미있다’고 광고 삼아 큰소리쳤다. 허풍은 아니다. 이 책으로 경제학을 공부할 게 아니라면 말이다. 카드뉴스를 보듯 간결한 설명과 풍성한 사진이 감칠맛을 더한다.
이 책은 경제 이론을 이론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흥미 있는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설명보다는 그냥 일러준다는 편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글이 인도하는 대로 읽고, 그림이 보여주는 대로 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을 알게 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생활 밀착 생생 사례, 설명 아닌 ‘보여주기’
‘샤넬’ 마케팅 전략은 희소성+허영심
‘프루프 아이웨어’는 착한 기업정신 강조
이런 예도 있다. 2010년 미국에서 나무로 만든 친환경 안경 ‘프루프 아이웨어’다. 수익금 10%가 인도 사회적 기업 아라빈드 안과에 기부한다고 하자 널리 팔리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는 매년 2천만명이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는다. 한 안과 의사가 퇴직금을 털어 병원을 차렸다. 가난한 환자들에게 거의 무상으로 치료해주자 환자가 몰렸다.
또 다른 사회적 기업 오로랩이 인공수정체를 15분의 1 가격으로 이 병원에 공급하고, 병원은 10달러에 백내장 수술을 해주었다. 수많은 환자가 몰리고 수술 케이스가 늘어나면서 최고 의사가 이 병원에 몰렸다. VIP환자에겐 비싼 진료비를 받아 가난한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세상을 돕겠다는 선한 의지가 이런 천사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 엄정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