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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유식 “문단 이야기 구슬이 서말, 꿰고 보니 보배”- 『문단 풍속, 문인 풍경』 출간
이유식 수필가 겸 평론가. 『문단 풍속, 문인 풍경』 에세이를 내고 기자와 마주 앉았다.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 시켜놓은 도가니탕은 반도 못 먹었다. <사진=이정윤 기자>

 [리더스뉴스/독서신문 엄정권 기자] ‘문학인들이여, 힘을 내자. 조선왕조 500년간 수많은 영상대감이 스쳐갔지만 우리의 기억에 남아 있는 사람은 불과 극소수인 데 반해 글이라도 남겨둔 문신들은 아직도 살아남아 있지 않은가’

수필가 겸 평론가 이유식이 저서 에세이 『문단 풍속, 문인 풍경』 71쪽에서 한 말이다. 평론으로 1961년 데뷔했으니 문단 경력 55년, 곧 팔순이다. 저자는 뭔가 남기고 싶고, 특히 남들이 잘 모르는 이른바 야사, 주변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위에서 말한 ‘글이라도 남겨둔 문신’을 더 늦기 전에 기억에서 온전히 건져내 책으로 묶어야 한다는 게 책임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나온 게 『문단 풍속, 문인 풍경-풍속사로 본 한국문단』 이다.

# 문총구국대를 아십니까. 6·25 전쟁 때 총 대신 펜을 들고 조직한 종군 문인단이다. 휴전 때까지 육군 해군 공군 종군작가단으로 활약했다. 육군종군작가단에 정비석, 장덕조, 유치환 등이 있었고 해군 쪽엔 배를 타야하는 어려움 때문에 인원도 적었다. 그래도 안수길 염상섭이 나섰다. 창공구락부라 불린 공군종군문인단에는 마해송 단장에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등 청록파 3인이 가세했는데 이 문인단은 대위 이상 월급을 받고 별도로 쌀 배급을 받는 특혜를 누렸다고 한다.

# 1973년 『한국문학』이 창간한 내력을 보면 문학 발전이라는 명분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해 1월 우리 문단의 대표적 권력기관이라 할 수 있는 한국문인협회 제 11대 이사장 선거가 있었다. 출마자는 40년 동지인 김동리와 조연현. 양측 지지세력이 막상막하인 가운데 조연현이 당선, 김동리의 재선을 막았다. 조연현은 『현대문학』이라는 막강한 발표지면을 갖고 있는데 반해 김동리는 없었다. 문학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선거에서 보이지 않는 응원군을 갖고 있다는 것. 패인을 분석한 김동리는 그래서 『한국문학』을 창간한다.

# 이런 것도 있다. 유주현의 베스트셀러 소설 『조선총독부』는 신동아에 3년간 연재가 끝나고 1967년 전5권으로 출간된다. 제목 바로 옆에 실록대하소설이 부제처럼 붙었다. 대하소설이 당시엔 낯설어서 대하(大河)가 작가의 호로 착각하고 그를 '대하 선생'이라 불렀다는 촌극도 있다. 유주현의 호는 묵사(默史)다. 중앙일보에 연재되다 1973년 책으로 나온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은 처음 생각했던 제목은 '별들의 무덤'이었다고 한다. 예문관이라는 출판사는 7년간 모든 출판권을 독점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최인호와 계약했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어디선가 회자되는 말들, 자칫 허공에 맴돌다 잊힐지도 모르는 단어, 사람, 그리고 글을 이렇게 이유식은 낚아채 묶어 책으로 냈다. 그래서 제목에 '풍속' '풍경'이라는 말을 넣었다고 한다.

이유식 평론가는 기자를 만나 가까운 한식집으로 이끌었다. 몇일 전 예약한 집. 인터뷰는 자고로 먹으면서 해야 한다며 탕을 한 그릇씩 앞에 놓고 인터뷰 아닌 대화를 이어갔다. 11월 3일 지하철 삼성역 근처였다.

- 귀한 책 내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문단 경력 55년에 평론가 겸 수필가이며 무엇보다 아직 현역입니다. 힘이 허락하는 한 현역으로 살아야겠지요. 최근 평론보다는 에세이 쓰기에 집중해 왔답니다. 그래서 5년 사이에 에세이집 3권을 갖게 됐죠. 2011년엔 인물 에세이집 『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 올 4월에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수필의 향연』을 냈고 이번에 또 에세이집을 냈죠”
목소리는 우렁우렁해 옆 테이블 손님들이 다 쳐다본다.

- 이번 에세이 제목이 『문단 풍속, 문인 풍경』입니다.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호기심을 끌었다면 다행입니다. 일종의 테마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건 맞습니다. 책에서 다루는 시기는 1920년대 전후부터 2000년대 전후입니다. 그럭저럭 80년 세월을 이리저리 훑어보는 겁니다. 풍속이라는 말을 제목에 넣었지만 편년체처럼 연대순으로 정리한 게 아니고 특정 제목을 정해 관련 내용을 찾아내 정리한 거죠. 쉽게 설명하면 목걸이를 하나하나 구상하고 거기에 잘 맞는 구슬을 찾아 꿰었다고 보면 됩니다.”

목걸이를 만든다고 했지만 사실 어떤 구슬을 어디에서 구할 것인가, 찾는 방법과 꿰는 게 관건이다. 이유식 평론가는 이렇게 방법을 설명했다. 구슬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고 고생을 좀 한 것임을 알게 된다.

- 문단 이면사 또는 풍속이라고 할만한 이야기 거리 찾기를 시도한 적이 전에도 있었나요

“문학인 이면사를 6, 7년 전 한 문학지에 연재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작고한 61명을 골라 썼던 거죠. 책은 2011년에 나와 이듬해 문광부 우수도서로 지정되기도 했죠. 제목이 『이유식의 문단수첩 엿보기』입니다”

이유식 평론가는 나아가 좀 다른 게 뭐 없나 하고 궁리하다 손을 댄 게 바로 ‘풍속사’다. 문협 기관지 『계절문학』에 2013년 가을부터 10회 연재했다. 1회에 5꼭지씩 나갔으니 모두 50꼭지에 2백자 원고지 1천매 가까운 분량이 됐다. 이 평론가는 앞서 나온 책이 문인들에 대한 미시적 접근으로 겉옷이라면 이번 책은 거시적 접근이며 외투인 셈이라고 설명한다.

- 사실상 문단 풍속사는 처음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다른 분들의 책이나 글에도 풍속이나 풍속사와 연관지을 수 있는 게 없지는 않지만 한 제목의 책으로는 처음이죠. 그만큼 희소성이 있어 자부심을 갖습니다. 남이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간 셈입니다.” 이 평론가는 평생 몸담아 왔던 문단생활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게 보람이라면 보람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문단 풍속 문인 풍경』에 실린 50가지의 글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 문인들의 개인사다. 예를 들어 필명, 아호의 풍속, 별명, 문사다운 멋 부리기, 애창곡, 육필 솜씨 등이고 두 번째는 민족사 또는 가족사 또는 생활사라고 할 수 있다. 월남 월북 문인 이야기, 6.25 종군 문인 이야기, 좌익 아버지를 둔 작가 이야기, 부산 피란 시절 이야기 등이고 세 번째는 문필과 문단 활동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문단 선거, 베스트셀러 만들기, 외설시비, 필화사건, 신춘문예 등단 등이다. 네 번째는 취미나 여가에 관한 내용으로 단골 술집과 다방 이야기, 바둑, 낚시 , 수석, 섯다판 이야기 등에 술버릇, 연애담 등이 실려 있다.

- 당시 연재될 때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있었겠어요

“네, 꽤 인기 있었습니다. 격려차 인사전화도 많이 받았고 자신 이야기를 넣어 줘 고맙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문협 이사장에게 편집진이 글 두 세편을 메일로 보냈나 봅니다. 그런데 바로 아주 좋은 착상이라면서 글을 당장 연재하자는 결단을 한 거죠. 『계절문학』이 기관지 성격이라 연재를 하지 않는 관례를 깨게 됐습니다.”

- 문인이라고 다 이런 글을 쓸 수는 없어 보입니다. 혹시 어떤 유리한 점이 있었나요

“저는 평론가로서 늘 자료를 스크랩하는 게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자료가 일단 많습니다. 그리고 한때는 문단 임원을 지냈기에 정보도 많이 들을 수 있었죠.” 그는 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6년, 문인협회 부이사장을 3년 지냈다.

이 평론가는 자료 찾고 원고 쓰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집필실 의자에 거의 하루종일 앉아있다 보니 그만 엉덩이 꼬리뼈가 눌려 통증이 왔다. 의자를 두어 개 바꿔 보기도 했지만 두세달 동안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다. 그래도 자신의 이름을 넣어달라고 청탁하는 문인도 더러 있었다. 이 평론가는 어느 정도 청을 들어줬다. 무슨 심산이었을까. 너그러워진 게 나이 탓일까. 그랬다. ‘에라,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살아있을 때 한번 생색이나 내 보자’했다고 솔직히 말한다.

아까부터 시켜놓은 탕은 다 식어 가고 청하는 몇 병을 헤아린다. 거나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기분이 좋아 보인다. 얼굴도 점차 대춧빛으로 변하고 초면임에도  빠져들게 하는 말솜씨는 참으로 매끄러웠다. 함께 온 여기자는 술잔을 앞에 놓고 기록을 제대로 못해 안절부절 못한다. 대신 이 평론가로부터 최고의 ‘평론’을 들었다. 좋은 남자 만날 상이라고.  

자리를 파할 즈음, 이 평론가는 뭔가 인쇄된 A4용지 몇 장을 건넨다. 모 문예지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제목은 '테마 수필의 개척자, 원로 수필가 겸 평론가 이유식' 이라고 돼 있다. 올 4월 출간된 『새로운 장르, 새로운 수필의 향연』 책에 대한 내용으로 대담은 6월에 있었다. 발췌 요약한다.

새 수필집 『새로운 장르, 새로운 수필의 향연』은 전체 3부 49편이 실려 있다. 그 중 1, 2부 39편이 이른바 테마수필이다. 1부는 자연과 인문학의 융합수필이고 2부는 평소 주창해온 가계수필이다. 나름대로 새로운 장르를 개발해야겠다는 취지에서 썼다. 자연과 인문학의 융합수필은 말하자면 지적인 서정수필이다. 서정주의 일변도 수필에서 벗어나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동반된다.

가계수필은 처음 사용하는 용어다. 일상 경험의 신변수필이나 생활수필보다는 과거 직계 선조들의 삶의 모습을 재현, 뿌리의식을 일깨우고 색다른 정보를 주고자 한 것이다. 흥미로운 집안 내력, 재운이나 벼슬운, 다양한 대물림 이야기, 유전적 성격이나 성품 등등은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본다. 수필 소재를 확장하고 시대의 생활사를 엿볼 수 있어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테마 수필이 사실 처음은 아니다. 1989년 스포츠 서울에 40회 가량 유행가를 소재로 글을 썼다. 정말 인기가 대단했다. 유행가 테마 수필이 실리는 날은 스포츠 서울 가판 부수가 쑥 올랐다는 말도 들었다. 이처럼 테마수필은 매력 있는 장르다. 수필가들에겐 황금의 광맥이다.

지하철 근처로 기자를 배웅한 이유식 수필가 겸 평론가는 못내 아쉬운 듯, 할 얘기가 아직 많은 듯, 기어이 커피 한 모금 더 하고 헤어졌다.

삼성동 빌딩 숲, 길 잃은 바람에 낙엽이 이리저리 몰려 다녔다. 이미 가을은 복판을 지나고 있었다. 늦가을은 수필을 쓰기에 좋은 계절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정권 기자  tastod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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