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58) 닭이 벼슬을 받은 이유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58) 닭이 벼슬을 받은 이유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5.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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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닭은 여러 동물 중 가장 먼저 가축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동서고금의 인류가 보편적으로 찾는 먹거리다. 한국의 닭도 예전부터 길러졌다. 중국의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한(韓)에는 꼬리가 가는 닭(細尾鷄)이 있다'는 표현이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인도사람들이 신라를 구구탁예설라(矩矩托禮說羅)로 부른다'고 했다. 구구탁은 닭이고 예설라는 고귀함을 의미한다.

신라 관리가 조우관(鳥羽冠)을 쓰는 것도 닭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닭은 오랜기간 인간과 함께 했다. 아침을 알리는 등 긍정적 이미지로 굳어졌다. 동물들을 등장시킨 옛 이야기에서도 인간 친화적인 닭을 읽을 수 있다.
 
옛날 하늘의 저승사자가 이승에서 올라온 개와 돼지, 닭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사람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가." 개는 "낮밤을 구분하지 않고 주인이 편히 지내도록 집을 지켰다"고 했다. 저승사자는 개를 칭찬했다. 선물로 다리 하나를 주었다, 원래 다리가 새 개이던 개는 네 발로 생활하게 됐다. 개는 저승사자의 선물을 소중히 여겨 오줌을 눌 때는 상으로 받은 뒷다리를 치켜 들어 오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돼지는 "매일 밥 먹고 잠만 잤다"고 했다. 인간에게 특별한 공헌을 하지 못했음을 고백했다. 저승사자는 화가 나 돼지의 우뚝 선 코를 주먹으로 콱 눌렀다. 이로써 돼지는 콧구멍이 보이는 들창코를 갖게 됐다.

 
마지막으로 닭의 차례가 되었다. 닭은 "새벽에 '꼬끼오'를 외쳐 사람들이 일어나게 하고, 하루를 열심히 살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저승사자는 닭을 훌륭한 가금류로 칭찬했다. 부상으로 머리에 붉은 볏을 선물했다. 하늘에서 큰 상을 받은 닭은 자랑스러움에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고 볏을 자랑하며 다녔다.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닭은 인간생활에 큰 이로움으로 다가왔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닭을 그려 귀신 등 삿된 것으로부터 보호 받으려고 했다. 벽사 목적인 그림은 종이나 비단에 그리기도 했고, 아예 목판으로 인쇄해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은 새 해 첫머리에 대문이나 사람 통행이 많은 곳에 붙였다.

닭의 영험한 것을 믿은 사람들은 대문에 닭을 매달아놓기도 하고, 닭 피를 바르기도 했다. 특히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면 의식적으로 행했다. 이 배경은 귀신이 닭은 무서워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닭은 축귀와 벽사의 동물이 되었다. 우리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는 '가정에서는 새 해를 맞아 닭, 호랑이 또는 용을 그린 그림을 벽에 붙였다. 액이 물러나기를 비는 풍속이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닭의 주술 문화는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더 강했다. 한나라 웅소는 풍속통의에서 '그믐날에 닭을 죽여 대문의 제사에 쓴다'고 기록했다. 닭의 주력(呪力)을 옛사람들은 강하게 믿었다. 아침을 알리는 닭이 귀신 등 요괴를 물리치는 상서로운 기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혼례에서도 닭은 중요한 위치다. 인간사에서 가장 소중한 날인 혼례에서 닭은 예절 상차림에 올라간다. 전통 혼인 때는 아동이 청홍 보자기에 닭을 안고 갔다. 현대 예식에서도 폐백 때 닭이 올라간다. 닭의 상징성 덕분이다. 카리스마의 수탉은 가정을 지키는 의미이고, 알을 잘 낳는 암탉은 자손 번성의 의미가 있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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