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6) 한국의 대식가, 김춘추는 닭을 안 먹었을까
백민제의 '닭으로 본 인문학' _ (26) 한국의 대식가, 김춘추는 닭을 안 먹었을까
  • 이보미 기자
  • 승인 2015.04.0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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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민제 칼럼니스트
역사 속의 대식가는 닭을 좋아했다. 대식가는 닭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대식가는 거의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닭을 먹지 않으면서 대식가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닭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이 접하기 쉬운 먹거리였기 때문이다. 대식가들이 먹는 닭의 양은 대단했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 태종무열왕 김춘추는 한국의 대표적인 탐식왕이다. 김춘추의 하루 식사량은 쌀 세 말에 꿩 아홉 마리였다. 『삼국유사』에 왕의 식성이 소개돼 있다.

'왕은 하루에 쌀 세 말과 장끼 아홉 마리씩 먹었다. 백제를 멸한 후 점심을 거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하루 식사는 쌀 여섯 말, 술 여섯 말, 꿩 열 마리였다.(王膳一日飯米三斗 雄雉九首 自庚申年滅百濟後 除晝膳 但朝暮而已 然計一日米六斗 酒六斗 雉十首)'

현대인의 개념으로는 상상을 초월한 식사량이다. 왕은 삼한 통일을 이룬 뒤에는 식사를 한 끼 줄였다. 하지만 한 끼의 양은 더 많아졌다. 식사량이 많아진 것은 걱정이 줄어든 덕분일 것이다. 왕은 하루에 꿩을 아홉 마리 또는 여섯 마리를 들었다. 백성은 왕을 위해 매일 야생 꿩 사냥을 해야 한다. 매일 꿩을 공급하는 데는 어려움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꿩 대신 닭을 올렸을 수도 있다. 꿩과 닭은 크기가 비슷하다. 하루에 치킨 열 마리를 소화하는 대식가? 이를 믿기는 힘들다. 왕의 비범함을 홍보하기 위해 과장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식사를 했다면 체형이 스모 선수와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사서에는 김춘추를 준수한 용모로 표현했다. 뚱뚱한 체형의 거구를 귀공자풍으로는 설명하지 않는다. 『삼국유사』에는 그에 대한 당나라 황제의 인물평이 실려 있다.

'태자 시절에 고구려 원정을 위해 군사를 빌리려 당나라에 갔다. 당나라 황제가 그에게 성스럽고 존엄한 풍채라고 했다. 황제가 곁에 있기를 원했지만 설득하고 돌아왔다.(在東宮時 欲征高麗 因請兵入唐 唐帝賞其風彩 謂爲神聖之人 固留侍衛 力請乃還)'

『일본서기』에서는 김춘추를 잘 생긴 훈남으로 서술했다. 『삼국사기』에서는 '몸 가짐과 태도가 남달라 어려서부터 세상을 경영할 뜻을 가졌다(王儀表英偉, 幼有濟世志)'고 표현했다.

이 같은 기록을 종합하면 김춘추는 귀공자풍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임금의 신성함, 백성과 다름을 강조하기 위해 식사량이 강조되었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전혀 근거 없는 것을 적을 수도 없다. 김춘추는 많은 식사를 하면서도 체형이 준수하고 미남형의 왕으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실제로 김춘추는 삼국을 정치적으로 통일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융합시킨 왕이 될 수밖에 없다. 통일 후 신라는 도성 경주에 각종 토목공사를 일으켰다. 공사는 신라인도 했지만 지역을 나눠 백제, 고구려 유민에게도 담당시켰다. 이주한 고구려와 백제 유민은 신라보다는 앞선 먹거리 문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시 백제와 고구려의 영토에서 나는 물산이 신라보다 풍부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 백제와 고구려의 먹거리 다양성이 신라보다 앞서지 않았다 해도 관계는 없다. 분명히 신라인과는 다른 음식 문화가 일부라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만나면 교류하고, 교류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삼국의 음식에도 퓨전이 일어난다. 경주의 음식은 통일 전보다는 풍성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통일 후 신라의 음식문화는 크게 발전한다. 통일신라 왕궁의 음식과 의식에 관련한 벼슬이 24개이고, 사람은 104명에 이른다. 그만큼 먹거리가 풍성해진 덕분이다. 경주의 유적인 안압지나 경주박물관 우물에서는 당시인이 요리했을 여러 동물과 어류의 뼈가 발견되었다. 산양, 사슴, 멧돼지, 말, 소 등이 대표적이다. 조개류와 바다와 육지 어류도 눈에 뛴다. 또 가금류도 다양하다. 꿩, 오리, 기러기, 거위 등이다. 이와 함께 닭도 빠지지 않았다.


■ 글쓴이 백민제는?
맛 칼럼니스트다.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0년의 직장생활을 한 뒤 10여 년 동안 음식 맛을 연구했다. 특히 건강과 맛을 고려한 닭고기 미식 탐험을 했다. 앞으로 10여년은 닭 칼럼니스트로 살 생각이다. 그의 대표적 아이디어는 무항생제 닭을 참나무 숯으로 굽는 '수뿌레 닭갈비'다. www.sup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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