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가족의 일상 속에 감춰진 과학현상과 미시세계
|
이러한 식당의 주방처럼 우리 주변엔 사실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만약 그 것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면 생활 패턴의 변화를 주어야할 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시크릿 패밀리』에선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춰져 있던 이러한 일들을 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과학적으로 풀어 내고 있다.
저자는 전지적 관찰자의 고배율 현미경으로 평범한 한 가족의 몸과 생활공간에서 하루 24시간 동안 발생하고 변화하는 수많은 과학적 현상들과 미시세계를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식사를 한 후 점심에는 쇼핑을 즐기다가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잠에 드는, 지극히 평범한 다섯 식구의 주말이지만 보더니스의 눈으로 보면 그 속에 우리가 몰랐던 수십억 년의 우주역사와 1천분의 1밀리미터의 세계, 그리고 생성과 소멸, 적응과 변화의 무수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과학적 시각에서 볼 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진 사람들이 얼마나 유사한 세계를 공유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1분에 24회쯤 깜빡이는 눈알은 컴퓨터 화면 앞에서 살짝 튀어나온 채 서서히 말라가고 있으며, 우리가 항상 사용하는 욕실수건은 그 안에 모낭충들을 품고 있으며 이들은 우리가 얼굴의 물기를 닦을 때 옮겨 와 피지들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살고 있다.
곤충의 뇌와 비슷한 성분을 지닌 커피를 마시고 있으며 드라이클리닝한 옷에서 나온 유독한 퍼크가 2.26킬로그램의 먼지로 뒤덮인 몸속에서 쌓여가고 있다.
이 책이 전해주는 지식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과연 우리가 믿고 먹을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하는 자괴심마저 들게 한다. 특히나 이유식에 초크 성분의 물질이 들어간다거나 ‘신선한오렌지+펄프워시+니스용제+매니큐어 제거액+식초혼합액 = 오렌지 쥬스’ 라는 공식은 그 생각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내용으로 평상시 과학을 멀리하던 사람들에게도 쉽게 지식전달을 할 수 있는 책이지만, 왠지 모르게 이 책의 내용은 하루 빨리 망각해버리고 싶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모닝 커피를 맛있게 들이킬 수 있으려면, 하루를 정리하며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벽에 걸려있는 타올을 선뜻 사용하려면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라면 세안 후에 왠지 얼굴이 간질거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크릿 패밀리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 정은영 옮김 / 생각의나무 펴냄 / 295쪽 / 14,0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nove@enewstoday.co.kr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