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11) 남의 인생은 멀리에서, 내 삶은 가까이에서
[스포츠 칼럼] 교육학자 김은혜의 '아하~' 스포츠와 매너 _ (11) 남의 인생은 멀리에서, 내 삶은 가까이에서
  • 김은혜 칼럼니스트
  • 승인 2014.07.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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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혜 칼럼니스트
특유의 콧수염, 머리에 꽉 끼는 중절모, 큼지막한 구두, 낡은 지팡이,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표정. 그는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Charles Chaplin, 1889~1997, 영국)이다. 웃음의 아이콘인 그의 연기 뒤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어머니는 찰리가 어렸을 때 이혼했다. 부모의 사랑이 고팠던 그는 울지 않으려고 웃는 법과 웃기는 법을 익혔다. 비극적인 삶의 조건 속에서도 그는 끊임없는 노력과 변화를 모색했고, 최고의 역사적인 희극배우로 남게 되었다.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했다. 화려한 레스토랑, 완벽하게 세팅된 테이블, 고급 요리 앞에 앉아있는 한 연인, 그들은 서로 상처 되는 말을 주고 받고 있다. 하지만 멀리서 보았을 때 그들은 완벽한 풍경 속 최고의 행복한 부부처럼 보인다. 이처럼 사람들은 남의 인생을 멀리서, 자기 인생은 가까이서 바라본다. 그렇기에 남의 인생은 즐겁고 행복해 보이지만, 내 인생은 너무도 지치고 힘들게 여긴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는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이다. 그는 신화 같은 '4대 비극'과 '5대 희극'을 남겼다. 희극(喜劇)과 비극(悲劇)은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결정된다. 4대 비극은 '햄릿', '맥베스', '리어왕', '오셀로'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장군과 왕이다. 높은 지위를 가졌지만 그들은 비극적인 파멸로 죽음을 맞는다. 5대 희극으로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가 있다. 이 작품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도 위기를 지혜롭게 이기며 해피 엔딩(happy ending)으로 마무리 된다. 이처럼 희극인지 비극인지는 마지막 페이지의 내용이 'happy'인지 'sad'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은 희극일까? 비극일까?
 
1998 프랑스 월드컵은 독일에서 눈부시게 활약한 차범근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국민의 믿음과 기대와 달리 차범근 감독이 이끈 한국대표팀은 대패를 했다. 빗발치는 비난으로 월드컵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은 1무 2패를 기록하며 뼈저린 실패를 맛봤다. '본선 무대 무승'은 1998 월드컵 이후 16년 만이다. 원치 않은 결과 앞에 비난의 화살이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를 하나로 하는 팀워크와 감독의 전략 전술이 승패를 가른다. 경기의 99%를 선수가 만들고, 나머지 1%는 감독이 만든다. 하지만 감독이 없으면 100%를 채울 수 없다. 따라서 축구 감독은 경기의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지대한 역할을 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지휘봉을 잡은 히딩크로 인해 1%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선수를 조련해 만들어내는 과정은 감독의 몫이다. 감독의 역할에는 전술과 관리가 있다. 전술은 기술적인 분야로 조직력, 개인기, 체력 등을 의미한다. 관리는 선수들의 생활이나 인성과 연관된다. 질타의 대상이 된 홍명보호는 전술적 유연성이 부족했다. '답답하다'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힘이 부족했다. 한국대표팀은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축구를 했고 결과는 뻔했다. 이에 팬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발전되지 않은 국가대표의 모습에 비난여론이 확산되었다.

수 십 년간 운동장에서 뛰고 보고 연구한 사람 일부도 끊임없이 고개를 갸웃거린 것도 사실이다. 축구도 세상만사처럼 예측하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다. 대한민국이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처럼 3경기만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냉엄한 현실일 수 있다. 그렇다고 월드컵이 끝난 것이지 한국 축구가 죽은 것이 아니다. 한국축구가 비극이라 결론짓기에는 아직 써내려갈 페이지가 많이 남았다. 수많은 과정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비극이 아닌 희극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한국축구!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 글쓴이 김은혜는?
고려대학교 강사다. 영문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서 스포츠를 접목했다. 수영, 스키, 스킨스쿠버, 볼링, 댄스 등 다양한 스포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여성 스포츠학자다. 주 연구 분야는 스포츠 매너와 미래체육이다. 또 교육과정 방향 탐색에도 관심이 많다. 대전대, 서울여대, 충남대, 한밭대 등에도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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