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대탕평’의 인재 등용
국무총리와 ‘대탕평’의 인재 등용
  • 조석남 편집국장
  • 승인 2014.06.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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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조석남 편집국장] 혼돈을 거듭하던 ‘국무총리 정국’은 문창극 후보의 자진사퇴에 이어 정홍원 총리의 유임으로 일단락됐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실상 물러난 상태였던 정홍원 총리를 ‘재발탁’하는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한 경기 끝에 예선탈락한 축구대표팀에 빗대 ‘백패스 한국’이란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보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반응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인사’, ‘불통인사’가 빚은 참극”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통령제 하에 책임과 권한이 제한돼 있는 총리에게 ‘추기경급’ 자격을 요구한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에 대해 청문회라는 선진제도를 도입하고, 안정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평가해야 마땅하다. 공직자가 사적인 이익추구가 아닌 공적 봉사의 자격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일은 선진사회에서 당연한 절차다. 따라서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자는 청문회나 언론의 보도를 불만스럽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실패를 보완하고 유능한 인재를 두루 발굴하기 위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키로 했다. “철저한 사전검증과 우수한 인재발굴을 상설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인사수석실이 없어서 그동안 인사검증이 안됐다는 말이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래서 앞으로 인사수석실의 역할과 임무가 막중하다. 바로 ‘환골탈태’와 ‘대탕평’의 정신과 각오가 요구된다.

국무총리는 옛날식으로 말하자면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지존이다. 물론 대통령제 하의 국무총리는 ‘책임 총리’ 구현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나 관료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국무총리를 꿈꾼다. 총리의 물망에 오를 정도면 이미 자기의 분야에서 누릴 만큼 다 누려봤기 때문에 남은 것은 단 하나,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사가 고난도 방정식이었던 건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적임자를 고르는 것부터 애를 먹었고, 인선을 놓고 왕권(王權)과 신권(臣權)이 사사건건 부딪혔다. 막상 재상으로 임명되고도 예기치 않은 반발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 반대파를 포용해 태평성대를 연 군주가 있는가 하면, 측근을 내치지 못해 국정 농단 사태를 자초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단군 이래 최고의 국상(國相)으로 추앙받는 을파소는 농사꾼 출신이다. 고구려 고국천왕이 삼고초려해 우태라는 관직을 내렸는데, 그 직위로는 의지를 펼 수 없다고 생각해 사양했다고 한다. 고국천왕이 속내를 알아차리고 국상으로 임명한 뒤 힘을 실어줘 오늘날 ‘책임 총리’처럼 일하게 했다. 을파소는 ‘진대법’을 시행해 굶주린 백성을 구해냈으니 박근혜 정부로 비유하자면 ‘국가개조’의 과업을 완수한 셈이다.
‘책임 총리’ 이상으로 아쉬운 건 ‘대탕평’이다. 고국천왕은 신하들이 사실상 추천한 을파소를 등용하고도 집요한 반발에 시달렸다. 반대파를 껴안지는 못하더라도 밀실에서 벗어나 널리 인재를 구하려는 노력을 외면해선 안 된다.

동서양 공히 태평성대를 이룬 지도자는 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곧고 충직한 신하를 가까이 했다. 미국을 세계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시킨 프랭클린 루즈벨트 곁에는 루이 하우가 있었다. 그는 소아마비에 걸려 정치적 꿈을 접었던 루즈벨트가 대통령이 되게끔 조언과 뒷바라지를 했다. 하우는 루즈벨트의 가장 냉정한 비판자였다. 루즈벨트가 아이디어를 내면 하우는 그것을 난도질하여 모든 가능한 문제점을 낱낱이 찾아냈다. 루즈벨트는 하우의 모든 비판을 방어하고 나서야 ‘오케이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우는 ‘참모의 예스는 먹기 좋은 독약’이라고 믿었고 직언과 ‘노(NO)’를 철저히 실천했다. 아닌 것은 끝까지 반대했다. 하우의 폐부를 찌르는 비판이 있었기에 정치적 폐인이 될 뻔했던 루즈벨트는 대통령으로 미국의 역사를 다시 쓸 수가 있었다.

‘좋은 약은 입에는 쓰나 병에 이롭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동에 이롭다.(良藥苦口利於病 忠言逆耳利於行)’ 비판은 양약이다. 자신을 건강하고 강하게 만든다. 비판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성장과 도약의 과정이다. 비판이 없다면 정체와 쇠퇴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관의 치(治)’를 이루었던 당 태종의 책사 위징은 “신하가 간언하면 자신이 위태롭지만, 간언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롭다”고 했다. 천하를 살찌우려면 쓴 소리를 하는 참모를 곁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주군을 역사에 남을 명 군주로 기억되게 하려면 민심을 제대로 전하고 옳은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태산은 한 줌의 흙이라도 사양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클 수가 있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깊어질 수가 있었다. 늘 만나는 사람의 절반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이 무모한 대립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작은 비판에도 옷깃을 여미며 ‘소통과 공존’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같이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천동설’을 지지한다고 해서 ‘지동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화형시키자고 해서는 안 된다. 좌우를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야 진정한 ‘국가개조’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색깔이 다르거나 코드가 맞지 않으면 기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통합과 개혁의 인물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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