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연극 '보석과 여인'
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연극 '보석과 여인'
  • 이정우 객원문화기자
  • 승인 2014.04.22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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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이정우 객원문화기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평생 보석만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완벽한 보석.’ 하지만 그 보석 뒤에 남은 것은 늙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뿐이다.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절규한다. 이까짓 보석이 뭐라고 내 일생을 다 바쳤던가. 그는 젊음을 되찾게 된다면 오직 사랑만을 찾아 떠날 것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는 우연한 기회로, 젊음을 되찾고 완벽한 사랑을 찾아간다. 평생 보석을 손에 대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러나 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완벽한 사랑이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연극 <보석과 여인>은 ‘완벽한 보석’과 ‘완벽한 사랑’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 연극 <보석과 여인>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완벽한 보석’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가지 일을 오랜 시간에 걸쳐 하다 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은 ‘달인’이라고 부른다. <보석과 여인>에서 남자는 평생 동안 보석만을 세공해왔다. 한 마디로 그는 ‘보석 세공의 달인’인 것이다. 이러한 달인들은, 인간의 생이 100년이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극중에서 주인공이 만든 ‘완벽한 보석’ 또한 마찬가지로 달인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여 탄생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유한한 인간이 완벽함을 추구하는 달인이 되는 것이 어찌 그냥 되는 일일까. 거기에는 반드시 피할 수 없는 선택의 순간 곧 희생이 따른다.

<보석과 여인> 속 주인공은 보석을 선택하는 대신 자신의 사랑을 포기했다. 우리는 선택의 순간에 그 결과를 알 수는 없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최고 능력을 발휘해 보석을 만들어 냈으나 그것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에게 다시 한 번 선택의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사랑’을 선택한다. 그리고 다시 찾은 젊음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여인’에게 쏟아 붓기로 결심한다. 허나 사랑의 달인이 되는데도 희생은 필요한 법. 완벽한 사랑을 이루는 데도 희생의 순간은 찾아온다.

▲ 연극 <보석과 여인>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완벽한 사랑’

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니 그 전에 완벽한 사랑이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일상에서 사랑을 이야기할 때 ‘완벽함’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완벽한 사랑이란 연약한 우리에게 너무나 어려워 보이는 일이기에. 하지만 이미 한 번 자신의 최선의 능력을 발휘해 완벽한 보석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주인공은 완벽한 사랑의 존재를 믿고 그것을 좇는다. 악마의 말에 의하면 그가 완벽한 보석을 만들었듯, 사랑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그는 완벽함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연극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유치환의 「행복」이라는 시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연극 <보석과 여인>이 내세우는 행복이란 사랑하는 것이며 완벽한 사랑이란 항상 최선의 것만을 주는 것이다. 최선의 능력을 다해 최선의 것을 줄 때 완벽한 사랑은 이뤄진다. 그러나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기에 최선의 것을 주는 데는 반드시 희생을 각오해야만 한다. <보석과 여인> 속 주인공이 완벽한 사랑을 위해 치러야 할 희생은 바로 자신의 죽음이었다. 이미 완벽한 보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그로서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저히 어설픈 보석을 선물할 수 없었다. 여자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보석을 주지 않는다면 완벽한 사랑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믿는 완벽한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다.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 연극 <보석과 여인> 공연 장면 [사진 제공=씨즈온]

‘보석과 여인’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즉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을 하며 산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인생은 ‘선택’에 의해 결정지어진다. 이러한 결정의 순간에서 남자는 결국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여자에게 완벽한 사랑을 주기로 결정한다. 결국 그는 완벽한 보석 곧 그의 죽음으로 그가 생각한 완벽한 사랑을 성취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완벽한 사랑일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한다. 분명 남자는 여자에게 완벽한 보석을 주었고 완벽한 사랑을 주었지만, 결국 여자는 혼자 남았다. 그리고 여자는 외친다. 이까짓 보석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것은 마치 남자가 완벽한 보석을 만들고 혼자 남아 외친 절규와 같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와 함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완벽한 사랑이라고 생각한 완벽한 보석만을 남기고 그녀 곁을 떠나갔다. 이를 보며 관객은 ‘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어 ‘완벽한 사랑’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남자는 최선의 것을 주었지만, 여자는 최선의 것을 받지 못했다. 남자의 완벽한 사랑과 남겨진 완벽한 보석 사이에서 우리는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한 여자가 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그녀가 지니고 있던 아픔을 감싸주던 사람은 그녀에게 ‘완벽한 보석’을 선물하고 그 곁을 떠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 남았다. 남자의 선택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 혹시 나중에라도 그녀가 그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될까. 우리는 연극 <보석과 여인>을 보며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 앞에 어떤 선택을 내려왔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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