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위기론이 아닌 조직론을 통한 해법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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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샌드위치 위기론’이 아닌 ‘기업 조직론’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샌드위치 위기론’은 경제적 담론이라기보다 정치적 담론에 가깝다고 말한다. 즉 정치인들이 정권의 경제정책을 정당화하거나 기업인들이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담론이지만, 과학적 경제 진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라는 존재 자체는 이미 국외 혹은 국내에서 경쟁적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즉 ‘샌드위치 위기론’이란 사실상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며, 한국 기업이 샌드위치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적이 있었냐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가 조직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신시대의 군대 모델이 위기에 봉착한 이후에 새로운 조직 모델의 대안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더 나쁘게는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 군대ㆍ가정ㆍ교회와 같은 상식적인 조직 모델들은 뒤로 밀려나는 중이고, 불법다단계 모델이나 조직폭력배 모델을 차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약 이렇게 조직에서 생겨난 비효율성이 금융자본의 순환에 문제를 끼치고 있거나 최근 독립된 하나의 생산 변수로 간주되고 있는 기술 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조직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없이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작업에 오랫동안 특화되어 숙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해고되었을 때, 이는 당연히 불량률의 증가나 숙달도의 하락에 의한 생산성 하락 같은 경제적 결과를 발생시키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효율성 하락의 책임이 저임금을 받으며 생소한 작업에 투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노동과정을 구성한 회사의 조직담당자에게 있는 것일까?
저자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수없이 많고 만약 이런 문제들이 한 지역경제 단위 혹은 국민경제 단위에서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이러한 점에서 지금 한국 자본주의는 이런 ‘조직의 덫’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외적 환경에서 우리 기업의 위기 원인을 찾는 '샌드위치 위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조직론'을 통해 한국 기업의 본질적 위기와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우석훈,박권일 지음 / 개마고원 펴냄 / 336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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