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흐르던 금강의 물결이
가파른 호흡으로 나를 부른다
다시 금강 물에 발을 담그고
백담에 얽힌 사연을 되새기는 순간
이미 금산(錦山)의 하늘은
저 백담사가 위치한
설악산(雪嶽山)의 하늘로 날아간다
몇 달 전 이미
이 금강의 물줄기를 틀어서
저 북녘의 한강(漢江)으로 보낸
이 가슴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오늘 담가보는
이 물결 속에
금강의 아픔을 다시 녹여 내여
임진란(壬辰亂)에 충무공이
충정(忠情)의 노래로 칼춤을 출 때
이 곳 금산의 칠백전사들은
핏물로 이 금강을 적시었으니
아! 지금의 이 물줄기와
지금의 백담의 계곡에 서린
한반도의 암울한 기운이
어찌 다르다 하리오
비록 수 백년의 세월이 흘러
금강의 물줄기가
그 칠백의 원혼들이 흘린
핏기를 다 씻어버리고
평화와 화해의 물소리를 만들어도
북녘 땅에서 날아오는
그 차디찬 냉풍(冷風)을 누가 막는단 말이오
아직은 온풍(溫風)으로 변혁되지 않은
이 냉기를 어찌 한단 말이오
그래서 백담의 사연은
한반도(韓半島)의 기운(氣運)도 담고 있지만
오늘 이 금산의 금강이
보내는 훈훈한 메시지는
누가 저 백담의 계곡으로 가져가
저 차디찬 공기를 녹인단 말이오
이 어이
걱정이 아니오
박태우
(시인,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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