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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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천 권의 책읽기를 시작한 계기는 연초 신년 시무식을 겸한 동창회 모임이었습니다. 그 모임에서 저의 선배 한 분이 신년 덕담으로 소개한 권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선배가 들려준 얘기는 작년 연말에 받은 연하장 중 한 장에 담긴 편지를 소개한 것인데, 그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연말에 회사를 은퇴한 한 지인께서 새로 인생 후반기를 시작하며 '천 편의 영화를 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내용을 우리 참석자들에게 전달한 것이고, 아울러 '우리들도 각자 무엇이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한 덕분입니다.
저도 그 얘기를 참고해서 바로 '독서 천 권'이란 새로운 목표를 정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책읽기는 평소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즐기는 습관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그동안의 책읽기는 숫자를 정하고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이번에 굳이 천권이란 목표를 정하고, 덧붙여 읽고난 책에 대한 독서 일기를 반드시 쓰기로 정한 것입니다.
사실 '천 번'이란 숫자의 의미는 큰 것일 것입니다. 제 주변에 지독한 음치인 한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노래 한 곡을 잘 부르기 위해 같은 노래를 천 번을 듣고 천 번을 따라 부른 다음 유명가수 못지않게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씨나,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도 평소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여 천 번 이상의 연습과 훈련을 거쳐 그처럼 세계적인 명성과 성과를 내타냈다고 합니다.
불교계에서 '큰 스님'으로 추앙받았던 성철 스님의 생전 일화로 유명한 얘기 중 하나가 바로 '삼 천배'라고 하지요. 스님을 만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 반드시 면담전에 삼 천배를 마쳐야 면담을 허용하였다는 얘기는 많은 교훈을 주었습니다.
이제 그 동안 살아오며 읽어왔던 책의 숫자는 완전히 무시하고 새롭게 카운트를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제가 정한 목표는 그동안 이미 읽었던 책 중에서 다시읽기 500권과 새로운 신간이나 읽지 않았던 500권 각각 반반으로 정하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읽는 천 권의 책은 자식에게 부동산이나 재산 상속 대신 넘겨주기로 정하였습니다.
얼마전에 95세 나이의 한 노인분 생일날 자기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느낀 감정을 적고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며 쓴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60세가 되기 이전에는 한 일이며 가정이며 자기건강이며 모든 것에 걸쳐 후회없는 삶을 살았지만, 은퇴 이후 아무 계획 없이 또 아무 성취도 없이 허송세월로 35년을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나타낸 시를 썼습니다. 비록 지금은 95세의 나이지만 다시 10년 동안의 후회하지 않을 일과 목표를 정하고 생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는 마음의 다짐을 시로 표현하였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고 참으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독자분들도 내가 서있는 이 순간, 이 지점에서 앞으로 10년후를 생각해보면 할 일과 하고픈 일이 참 많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순간 무엇을 하고 싶은지요?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나의 생'에대해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이룩하고 무었을 남겨야 할까요?
재산을 모으고 불리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책을 읽어둔다면, 그리고 읽은 책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준다면 좋을듯 합니다. 독자 여러분도 천 권 독서를 저와 함께 시작하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읽은 책의 독서일기를 함께 쓰시기로 계획하신다면 참으로 의미 있고 멋진 일이 될 것입니다.
/ 전 방송통신심의위 방송심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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