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희 敎育칼럼과 이재무 書藝<19> ‘하늘 흐려 비 오기 전 창과 문을 엮어야’
노익희 敎育칼럼과 이재무 書藝<19> ‘하늘 흐려 비 오기 전 창과 문을 엮어야’
  • 독서신문
  • 승인 2013.01.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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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올빼미야 올빼미야 내 자식을 잡아먹었거든 내 둥우린 헐지 마라 알뜰살뜰 길러내던 어린 자식 불쌍하다 하늘 흐려 비 오기 전 뽕뿌리를 벗겨다가 창과 문을 엮었더니 이제 너희 낮은 백성이 감히 나를 모욕하느냐’, ‘이 두 손을 바삐 놀려 갈대 이삭 뽑아다가 하루 모으고 이틀 모으고 입부리도 병들었네 내가 쉴 곳 없었기에 내 날개는 늘어지고 내 꼬리는 맥 빠졌네 내 둥우리 위태롭게 비바람이 흔드나니 슬픈 울음 절로 나네’

『시경』 「빈풍」편 치효에 나오는 ‘올빼미의 시’다. 주공이 관숙의 모함을 받아 쫓겨간 후 자신의 억울함을 노래에 담아 지은 시로 과연 주나라 주공이 지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시는 군주에게 경고하는 뜻이 매우 강하여 역대 지식인들이 군주에게 정책을 건의할 때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곧 이 시의 작가는 ‘새가 둥지를 치밀하게 함을 비유로 삼아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릴 때도 혹 닥쳐올지 모르는 환란을 예방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다.
 
최근 외유와 밀실 쪽지 예산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투명성’ 칼날이 번뜩이고 있다고 한다. 예결특위가 4조 여원의 예산을 늘리면서도 계수조정소위에서 단 한 차례의 증액 심사를 하지 않은데다 관련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는 등 호텔방 ‘밀실 심사’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예산의 증액과 감액을 최종 결정하는 계수조정소위원회는 반드시 회의 내용을 기록하도록 돼있지만, 이 규정을 무시하고 여야 간사에게 증액 심사를 위임했다. 예결특위 여야 간사가 ‘나눠 먹기’ 식으로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길을 터준 셈이다.

게다가 해를 넘기면서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예결특위 장본인들은 예산안 처리 직후 바로 외유를 떠났다고 한다. 뒤늦게 예산심사 과정을 투명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미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일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될테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하늘 흐려 비 오기 전 뽕뿌리를 벗겨다가 창과 문을 엮었더라도 환란이 올 수 있다’고 옛사람들이 이야기 했건만 우리는 비가 오거나 난이 닥치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고 있으니 ‘비 오기 전에 문단속을 하고 천하가 태평하다고 할때 난(難)을 잊지 말라’는 『시경』의 「빈풍」구야말로 새로운 정부가 명심해야 할 명구가 될 것이다.

맹자도 ‘군주가 어진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는 점을 말하면서 “어진 이가 지위에 있고 재능 있는 자가 직책에 있어서, 국가가 한가하거든 이때에 미쳐서 정치와 형벌을 밝힌다면 비록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그 군주와 나라를 두려워할 것이다”라고 했다. ‘군주가 국가를 제대로 다스린다면 누가 감히 그 군주를 모욕하겠는가’라는 옛말은 반대로 해석하면 ‘아무도 감히 제대로 정치를 하는 군주를 욕하지 않는다’는 뜻이 될 것이다.

잘못될 소지를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어려운 줄은 알지만 더 이상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고, 뱀도 은신하며 쥐를 기다리며 때를 기다리는 법이니 말이다.
/ 노익희 <참교육신문> 발행인
 
 
■칼럼니스트 노익희
·1961년 서울 출생
·한림대 경제학과
·목원대 대학원 언론학 석사 
·<참교육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한국언론사협회 공동회장
·제3회 대한민국나눔대상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상 수상(2009년)
 
■서예가 우현(友玄) 이재무
·1962년 경기 남양주 출생
·건국대 졸업, 경기대 예술학 석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전)
·경기대 외래교수(현)
·(사)서울미술협회 부위원장(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경인미술대전 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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