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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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상국
  • 승인 2007.08.2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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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국
                

아내는 요즈음 들어 온도차이 에 무척 민감해졌다. 특히 저녁 식사 후에는 안면 홍조, 더위 등 신체적인 변화에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듣기 좋은 말로 갱년기 중후근 이라는 풍월을 대수롭지 않게 되씹곤 했다. 대체적으로  나이 오십 전후에서 의당 생기는 여성 전유물 질환으로만 인식 되었으나 좀 더 세심한 관심으로 조사한 결과 잘못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개인별 느끼는 정도차이는 수용하더라도 별 탈 없이 아무런 증상 없이도 건강하게 중년을 보내는 여성분들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폐경기의 진정한 의미를 낮은 단계 소견이지만 함의해 보았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탄생 시키는 능력을 반납하고 진정 나 자신으로 돌아와 숨겨있던 내면의 잠재능력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시금석이 아닌가싶다. 

헌신과 희생, 양 공간사이에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소멸 하면서도 행복, 사랑 이라는 안도감에 밀려 인내를 벗 삼아 지내온 세월이 얼마나 길었습니까, 인생의 유한함을 잠시 잊고 가족 덩어리를 항상 몸에 지닌 채 타인의 시간에 맞추어 얼마나 고군분투 하였습니까, 자신의 보물찾기는 뒤로 미루면서 평생 동안 외면 할 수없는 가시덤불속에서 마음 조아리는 고통의시간이 얼마나 답답하였습니까, 이제는 당신이 일구어낸 아늑한 조명의 긴 터널 속에서 조용히 나와 세월의 무거운 짐 훌훌 털어버리고 헤어진 옷소매를 고쳐 입고 나래를 펼 시간입니다. 

만추 계절에 잔잔한 호수 위로 나란히 마주 보며 외롭게 서있는 앙상한 고목 연리지를 기억 합니까, 언젠가 당신과 함께 호수를 거닐면서 약속 했지요, 을씨년스럽게 보였던 고목에 새싹이 파릇파릇 나와 본래의 모습으로 거듭날 때 다시 찾기로…….  어느새 아이들은 성년이 되어 당신의손 을 예전처럼 기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본래의 고목 모습을 기다리듯이 나는 당신의생동감 넘치는 활기찬 생활을 은근히 바라고 있습니다. 당신만의 시, 공간을 만드는데 방해요소가 있다면 난 십자군을 자청 하겠습니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한 알의 풀씨가 기지개를 활짝 피고 잉태한 새싹들처럼, 만산 녹색 물결에 듬성듬성 형형색색 화려한 자태를 숨김없이 뽐내는 무수한 생명들처럼, 오랜 세월 당신의 마음속에 묵혀 두었던 고형물 은 훈훈한 봄바람에 날려 보냅시다. 자식자랑은 상병신이요, 여편네 자랑은 미치갱이, 팔불출이라 하거늘  당신 자랑 한 소절 하고 싶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약간의 여유 돈이 있어 나는 장사밑천 으로 투자 할까 싶었으나, 당신의 적극적인 만류와 종용으로 부동산을 구입 한 것은 여러 정황을 예측한 탁월한 긴 안목으로 보입니다. 당신은 그 돈을 일확천금을 노리는 천박한 돈이 아닌 순수한 노후대책 종자돈으로 생각 한 것 같아요, 평소의 세심한 성품 덕으로  선택의 폭이 여유로움을 알 수가 있습니다. 나이 들어 경제적으로 생활의 어려움을 당하면 자식들에게 천대를 받는다는데 당신의 현명함을 재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떡 본 김에 아이들 이야기도 할까합니다. 자식은 우리의 업보도 아니고 전생의원수도 아닙니다. 배 아파 낳아 가슴 저리며 길러낸 희망의 존재들 아닙니까. 아픈 만큼 성숙 한다고 이제는 먼발치에서 조용히 지켜 볼 뿐이며 마음속으로 격려와 가슴앓이로 하루하루 지내면 되는 것입니다. 중구난방으로 얽인 생각 뒤로 미루고 이번 봄에 생명의 녹색 옷으로 갈아입은 고목 보러 청송 한번 다녀옵시다. 당신 안 갈 것 같으면 나 혼자래도 내려 갈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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