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 일상을 아름답게 노래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 지겹다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그러나 이해인 수녀는 말한다. “‘평범한 것을 매일, 평범한 기분으로 행하는 것이 비범이다’라고 한 앙드레 지드의 말이 떠오르는 오늘, 태풍 뒤의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 하늘 같은 감사의 기도를 바칩니다. 수도원의 일상, 자연, 기도 안에서의 명상, 함께 사는 이들과의 만남…들이 모두 저에겐 글의 소재가 되어 줍니다.”라고.
이해인 수녀는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이 부는 대로, 햇살이 따뜻한 날에는 햇살이 따뜻한 대로,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비가 내리는 대로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소녀처럼 미소 짓고, 바닷가를 거닐며 구멍 뚫린 조가비를 줍고, 마음이 슬프거나 울적할 때는 동시를 읽고,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기쁨으로 알고, 뜨개질 따위의 사소한 행위에서도 깨달음을 얻는 맑고 고운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의 글은 거창하지 않다. 특별한 소재로 글을 쓰지도 않고, 화려한 미사어구로 글을 꾸미지도 않는다. 그녀는 누구나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것들을 소재로 하여 글을 쓰고, 화려한 미사어구 대신 따뜻하고 고운 마음을 담은 단어들로 진심을 표현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을 읽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풀꽃단상』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풀꽃단상’과 2장 ‘우정의 축복 속에’에는 일상의 단상을 담았고, 3장 ‘천사놀이’에는 일상의 시를 담았으며, 4장 ‘감사의 기쁨’과 5장 ‘아름다움을 들고 오셔요’에는 송년시와 기도시, 그리고 기념시들을 담았다. 또한 마지막 6장 ‘슬픈 편지’에는 추모시들을 담았다.
날씨가 추워졌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까지 추워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공기가 건조해졌다고 해서 우리의 마음까지 건조해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촉촉해진다. 따뜻하고, 촉촉한 겨울을 보내고픈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해인 지음/ 분도출판사/ 248쪽/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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