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정체
불신의 정체
  • 조완호
  • 승인 2005.11.1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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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호 (한성디지털대 교수 · 계간 문학마을 발행인)

 한 사내가 밭일을 하다 잠깐 볼일이 있어 집엘 다녀와 다시 일을 하기 위해 호미를 찾았으나 웬일인지 호미가 눈에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하물며 풀숲까지 다 뒤졌으나 호미가 없자 그는 주변의 사람들까지 의심해 일하는 이웃 사람들의 주변을 빙빙 돌며 혹시 호미를 훔쳐다 감춘 곳을 찾기 위해 그들의 주변을 배회했습니다.

 “여봐, 이리와, 막걸리 한잔 하게. 왜 일을 하다말고 여기까지 온기여.”
그러나 사내는 대꾸도 않았습니다. 뭔가 켕기는 곳이 있어 환심을 사려고 술을 한 잔 하라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자, 사내는 다른 이웃이 있는 곳으로 가 또 그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일하던 이웃집 아주머니는 몸이 좋지 않다며, 하던 일을 거두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며 서둘러 자기네 밭을 떠났습니다.

 그때 사내는 생각했습니다.
‘저 여자가 분명히 도둑이야. 그렇지 않다면 나를 보자마자 달아날 이유가 없어. 저란 앙큼한 것 같은 이라고….’
그래서 그는 그녀가 일하고 있던 주변, 그러니까 남의 전답을 허락도 받지 않고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호미는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도둑놈으로 보여 이전처럼 정이 가질 않았습니다.
‘어쩌다 세상인심이 이렇게까지 되었나. 말세여 말세…“
더 일하고 싶은 의욕도 나질 않아 사내는 어깨가 축 늘어져 집으로 돌아가고 있을 때, 아들놈이 호미를 들고 달려오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사내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 호미를 누가 훔쳐 간 것을 찾아왔냐며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면서도 용감한 아들만은 대견해 어깨를 다독여주었습니다.

 “그래, 다 도둑놈들이여. 믿을 놈이 없는 세상이라고. 말짱 도둑놈들이라고!”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일을 하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느 놈이 우리 호미를 훔쳐 가지 않았겠냐. 그래서 이 호미를 찾아 헤매다 이렇게 빈손으로 돌아오는 거구먼.”
이들은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부지 무슨 말씀이세유. 아까 아부지가 저보러 뒤뜰을 이 호미를 정지하고, 써야 하니 가지고 오라고 하셨잖아요.”
그제야 사내는 집에 갈 때, 호미를 아들에게 주어 일을 시켰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사내는 아들이 돌아간 이후, 하늘 보기가 미안해 혼자 서서 나직이 읊조렸습니다.

 “그리여,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던 기여. 남을 의심하는 것만큼 큰 죄는 없는 긴데.”
그러고 생각하니 술 한 잔을 하라고 권하던 권씨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김씨 아주머니 같이 좋은 이웃, 그야말로 법 없이도 살 사람들과 함께 사는 자신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이런저런 파렴치범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의 미덕이었던 이웃간의 신뢰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어 여간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정치꾼들의 패거리 짓기나 떼로 몰려다니며 힘겨루기가 조장하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흠집 내기가 양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또 하나 안 배워야 할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을 몰라도 무조건 상대방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없어야 되겠습니다. 의심은 결국 의심을 낳아 결국은 무슨 일을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정말 가난했던 이전에는 상대방의 고픈 배를 생각해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었다는데 그에 비하면 호사스럽기 그지없는 이만한 어려움 앞에서는 저마다 혈안이 되어 시기하고 살고 있는지 하늘을 바라볼 면목이 서질 않습니다.
 이 글이 우리 가슴 속에 드리운 불신의 잡초를 베어내는 낫, 그리고 뿌리째 뽑아버리는 호미의 구실을 할 수 있기를 욕심내어 빌어봅니다.
독서신문 1377호 [200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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