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새벽 세시
홍대앞 새벽 세시
  • 독서신문
  • 승인 2009.06.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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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 무게를 그리워 하게 하는 도구
성기완의『홍대앞 새벽 세시』
▲     © 독서신문
‘홍대 앞’이란 이름은 일종의 이미지다. 어딘가 예술적이겠지. 어쩐지 괴짜 같겠지, 멋이 있겠지, 전위적이겠지…… 홍대 앞 풍경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한다

 

- 유재현, ‘홍대앞 문화란 무엇인가’의 일부 발췌
 
 
시인이자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인, 또한 영화 음악가이자 대중문화 평론가인 성기완이 새벽 세시를 맞는 홍대의 거리를 묘사했다. 어떤 이에게 홍대 앞은 자유의 거리일 것이며, 어떤 이에게는 눈살을 찌푸리는 유흥의 공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 앞이 갖는 공통된 이미지는 ‘예술’이다. 뭔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 있을 것 같고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을 듯 한 공간. 그 것이 바로 사람들이 홍대 앞에 갖는 기대다.
 
새벽 세시의 홍대 앞이라. ‘후-’ 하고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다. 하지만 도저히 ‘후-’ 하고 불 수 없는, 아주 가벼워 보이는 것들로 너무나 무거운 사람의 마음을 설파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희박한 존재를 창출해놓고 오히려 무게를 그리워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성기완은 가벼운 사물들, 이를테면 종이컵, 비닐봉지, 코카콜라 등의 물건을 심오한 이야기로 연결시키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담론을 풀어내는 방법은 우리에게 너무나 가볍게 흩날리는 사물을 통해서다. 컵라면을 ‘이상한 금기’라고 표현하며 코카콜라는 미국문화의 무례함과 속도감의 전형으로 대유하고 콘돔은 ‘safe sex’를 위한 도구로 묘사한다. 마치 이러한 가벼운 것들에 이력이 난 사람처럼.
 
허무하다. 포스트잇처럼 마음대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일회용 인생. 빈 캔처럼 마구 구겨지는 속이 텅텅 빈 현대인의 마음속. 저자는 이처럼 일회용기가 가득한 시대를 내구성이 지나간 시대로 표현하고 있고 말투에는 그러한 것들에 대한 증오를 뛰어넘는 담담함이 느껴진다.
 
어쩌면 홍대 앞이라는 장소는 단지 그가 그간 품고 있던 생각을 말하기에 적합한, 한 도구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머리말에 쓴 것과 같이 물건과 편의점, 우리 자신과 음악을 교차시켜 우리 시대의 문화를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홍대 앞에서 바라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통해서.
 
<황정은 기자> chloe@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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