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를 키운 ‘축구 강국’ 스페인, 무엇이 다를까
메시를 키운 ‘축구 강국’ 스페인, 무엇이 다를까
  • 김혜경 기자
  • 승인 2023.01.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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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특히 돋보였던 지난 월드컵을 기점으로 유소년 축구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유소년 축구 하면 빠질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매 경기 날카로운 크로스로 흐름을 바꾸며 모든 국가 선수 중 90분당 골 기회 창출 1위를 기록한 이강인, 우승 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한 만회골로 마지막까지 감동을 선사한 백승호, 아쉽게도 이번에는 해설로 함께했지만 4년 후엔 필드 위를 누비겠다고 예고한 2018 아시안게임의 영웅 이승우… 한국 축구 미래 주역으로 꼽히는 이들의 공통점은 유소년기를 스페인에서 보냈다는 것.

단연 이번 월드컵의 주인공이었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도 아르헨티나 출신이지만 스페인의 명문 클럽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팀에서 본격적인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메시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 온 스페인의 유소년 선수 육성 시스템은 무엇이 다를까.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는 선수 출신으로 스페인 카탈루냐 최초의 한국인 축구지도자가 된 저자 조세민 코치가 양국 유소년 축구의 차이를 비교한 책이다. 축구 강국인 스페인 쪽이 훈련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오랫동안 학교 축구팀을 중심으로 선수를 육성해 온 우리나라는 학업보다 입시를 위한 대회 성적에 치중하는 경향이 큰 반면, 스페인은 유소년 축구팀 98% 이상이 학교가 아닌 지역 클럽을 기반으로 하며, 직업 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이후의 삶을 그릴 수 있도록 학업 병행을 강조한다.

또한 같은 연령대 안에서도 실력에 따라 팀을 세분화해 선수들에게 축구에 대한 흥미를 배가시키는 동시에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연령대별 1‧2부 리그는 엘리트 리그, 3‧4부 리그는 취미반 리그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낮은 리그에서 뛸수록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식을 자연스레 가지게 되지만, 이들은 공부에 비중을 두면서도 클럽에 소속돼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주 2~3회 즐긴다.

‘이기는 축구’가 아닌 ‘즐기는 축구’를 지향하는 문화는 훈련 방식에서도 차이를 나타낸다. 저자는 한국에서 경험한 훈련이 특정 기술을 반복하며 일방적 지도를 받는 ‘프랙티스(Practice)’ 위주였다면, 스페인에서는 동료, 상대, 점수가 있는 ‘패스 게임’처럼 실전 문제 해결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는 ‘트레이닝(Training)’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고 말한다. 프랙티스 방식의 훈련은 기술적 역량을 빠르게 향상시키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또한 의지만 있다면 개인적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때문에 스페인에서는 팀 훈련에 있어 당장의 기술적 향상보다는 전체적인 판단력 향상과 동기부여 제공을 중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학업에 완전히 등을 돌린 채 축구 하나에만 매달렸었던 나에게 이러한 스페인 유소년 축구 문화는 굉장히 낯설었다”며 “스페인 유소년 축구선수들은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축구를 통해 해소한다”고 분석한다. “힘든 일 두 가지(축구와 공부)를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의 힘든 일(공부)로 생긴 스트레스를 지역 내 축구 클럽의 경기 또는 훈련에 참가하면서 ‘해소’”한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육성 시스템은 프로로 성공할 확률이 희박하고 부상 등 변수가 많은 직업 특성에 잘 맞을 뿐 아니라, 진입장벽을 낮춰 저변을 확대하는 효과를 낳는다.

물론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에도 클럽 중심의 문화가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고, 10여년 전부터 학기 중 합숙을 금지하는 등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도 계속돼 왔다. 하지만 선진 육성 시스템의 핵심인 ‘즐기는 축구’ 패러다임이 정착하려면 아직도 많은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독서신문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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