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미국이 세계1등 부자가 된 이유
‘중립국’ 미국이 세계1등 부자가 된 이유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2.02.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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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중립국.”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중립국.”

한국 전쟁 포로가 된 이명준은 남과 북 어느 쪽도 고르지 않고, 중립국 행을 고집한다. 당시 남북의 극심했던 이념갈등과 전쟁에 지쳐있던 상황에서 중립국으로 가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결국 그는 당시 자유주의도 공산주의도 아니었던 ‘중립국’ 인도로 향한다.

중립국이란 다른 나라들이 서로 싸우고 있을 때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국가를 말한다. 현재 영원한 중립국으로 인정받은 나라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라오스 등 3국으로, 이 나라들은 다른 국가 간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무를 진다. 대신 다른 나라들도 중립국가를 침범하지 않는다. 이런 성격 때문에 중립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중립국의 역사를 보면, 사실 중립국이 평화를 사랑하는 순수함보다는 전쟁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영악한 구석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책 『한 권으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 다마키 도시아키는 “일반적으로 ‘중립국=평화를 사랑하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중립 정책 채택’이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전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거는 근대 서구 국가들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립국가들이 했던 역할이다. 책에 따르면 당시 유럽의 각국은 온갖 전쟁을 치르면서도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쟁과 무역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전쟁을 하면서 무역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쟁 상대가 온갖 방해공작을 통해 해당 국가에 물자가 흘러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립국의 지위는 요긴하게 쓰였다. 교전국은 중립국 선박을 활용해 물품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으며, 설령 교전국 상선이라도 자국기 대신 중립국기를 내걸면 중립국 배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미국은 전쟁을 통해 큰 이득을 챙긴 중립국의 예다. 1776년 미국은 갓 독립한 신생국으로, 프랑스와 영국 간 전쟁에서 중립적 입장을 표방하고는 프랑스와 영국 두 국가에 물자를 제공해 많은 부를 모았다. 이는 나아가 미국이 강대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이 한 국가를 지원했거나 이해 관련국이라면 선박이 나포돼 이러한 특수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이 때 미국의 해운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뉴욕, 필라델피아, 보스턴, 볼티모어 등 동부 해안 항구도시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이 점을 놓고보면 중립국이 마냥 평화롭고 순수한 나라가 아닌, 전쟁에서 한 몫을 두둑히 챙길 기회를 가진 나라로도 보인다.

[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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