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독서인권] 조선 시대보다 못한 장애인 정책... 공적 영역에 왜 장애인은 없나
[특별기획-독서인권] 조선 시대보다 못한 장애인 정책... 공적 영역에 왜 장애인은 없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7.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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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장애인, 독서인권을 말하다]
지적 격차가 삶의 격차로 이어지는 시대입니다. 교육을 매개로 한 계층 대물림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독서 기회마저 갖지 못하는 것은 개인 삶의 질적 저하는 물론 종국에는 공동체 사회의 파괴로 이어집니다. 장애인의 독서 접근성은 비장애인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에 <독서신문>은 국내 언론 최초로 장애인의 독서 인권을 들여다보는 시리즈를 마련합니다. 시각·청각·발달장애인별 독서 생활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체계적으로 점검합니다. 또 김예지(국민의힘), 장혜영(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비롯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머저리, 벙어리, 절름발이, 애꾸눈, 병신... 장애인을 대하는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지양되는 표현이지만 이제껏 장애인은 다양한 표현으로 지칭되며 세상에 존재해왔다. 장애인은 장애에 따른 신체 제약으로 교육과 직업 선택을 제한받았는데, 사실 언제나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조선 시대에는 장애인이 고위 관직에 임용될 정도로 열린 사회였으나, 일제강점기 암흑의 시대를 통과했다가 다시 장애인의 삶을 존중하는 진보 사회로 전진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선진적인 장애인 등용 제도를 갖추고 있었다. 북학파의 선구자인 홍대용은 『담헌서』에서 “소경은 점치는 데로, 궁형당한 자는 문 지키는 데로 돌린다. 벙어리, 귀머거리, 앉은뱅이까지도 모두 일자리를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 역시 『인정』을 통해 “장애인도 배우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종 2년(1400년)에는 임금이 폐질자(장애인) 가운데 산업이 있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를 제외하고, 궁핍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자는 소재지 관아에서 우선적으로 진휼하여 살 곳을 잃지 말게 하라”고 지시했다.

정창권 고려대 교수는 책 『근대 장애인사』(서유)를 통해 “조선시대 장애인 정책은 비록 성문화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어쩌면 조선 시대가 현대보다 더 앞섰다고도 볼 수 있다”며 “장애인을 크게 경증과 중증으로 나누어 정책을 펼친 점, 장애인도 모두 직업을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 점, 범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도록 노력한 점 등이 그렇다”고 설명한다. 이어 “조선시대에는 어느 왕이 들어서더라도 시각장애나 청각·언어장애, 지체장애. 뇌전증, 정신장애 등 각종 장애인 관료들이 한두명씩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다”고 부연한다.

실제로 조선 후기 개화기에도 장애인을 향한 정책은 진보적이었다. 당시 발행됐던 <황성신문> 등에 따르면 장애인에게는 각종 세금 면제 혜택이 주어졌고, 죄를 범한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한 등급을 낮춰 처벌됐다. 장애로 인한 애로점이 정상 참작되는 배려가 이뤄졌다.

평양 여자맹아학교 학생들. 당시에는 외국 선교사가 설립한 민간 장애인 학교가 주를 이뤘다 [사진=『he happiest girl in Korea : and other stories from the Land of morning calm』
 

다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근대화, 산업화, 식민지 상황으로 장애인 수가 급증했지만 지원정책은 거의 전무했다.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장애인 복지가 사회문제로 주목받자 1944년 일제는 뒤늦게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라 할 수 있는 ‘조선구호령’을 제정했다. 불구, 폐질, 질병, 부상자, 기타 정신 또는 신체장애로 인해 노동에 지장이 있는 자에게 생활부조, 의료, 조산(助産), 생업부조 등의 혜택 제공을 골자로 하는데, 해방 직전 이뤄진 데다 전시 상황이었던지라 실효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총독부제생원요람 오른쪽이 맹생(소경), 왼쪽이 아생(벙어리)이다.​
제생원 맹아부. 오른쪽에 시각장애인, 왼쪽이 농아. [사진=선총독부제생원요람]

일제강점기 장애인 보호시설 역시 사실상 역행을 거듭했다. 1911년 세워진 장애인 복지·교육기관인 제생원 맹아부는 명목상 기관에 불과했고, 1944년 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세운 ‘불구자 수용소’는 보호시설이라기보다는 장애인 걸인들을 데려다 가두는 수용시설에 가까웠다. 정 교수는 “역사는 때로 후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해방 이후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건 1981년 6월. 심신장애자복지법으로 제정되었다가, 1989년 12월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었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 보장’을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의 제정으로 생존권 이상의 인간다운 삶을 요구할 권리를 얻게 되었다.

독서권도 그중 하나다. 2007년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로 개소한 현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12년 별도의 도서관으로 개관했다가 2019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으로 승격됐다. 다만 승격된 이후 적절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지난해 12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대표 발의한 「도서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발행·제작처에 디지털파일 형태로 납본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됐다.

다만 그럼에도 장애인의 도서관·도서 접근성은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장애인도서관을 찾기 위해서는 먼 걸음을 해야 하기 마련이고, 인근 도서관을 찾자니 장애인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도서관 직원과 이용객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발길을 머뭇거리게 한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번 정도는 ‘공적 영역에 장애 당사자가 없는 게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주시길 바란다. 나는 여기 올 수 있는데, 장애인은 오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도대체 어느 문턱에 걸려 넘어져 여기로 오지 못한 걸까? 그런 의문을 한 번쯤은 품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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