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목소리』가 제주4.3을 기억하는 방법
『기억의 목소리』가 제주4.3을 기억하는 방법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4.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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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호 어머니의 놋쇠숟가락 [사진=문학동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2021년 4월은 제주도민들에게 특별한 해이다. 그토록 염원하던 ‘4.3 특별법 전부개정’이 국회를 통과,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지난달 공포됐기 때문이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해 최근 책 『기억의 목소리 : 사물에 스민 제주4.3 이야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사진과 시, 인터뷰로 ‘그날의 제주’를 생생히 복원했다. 유족들이 간직하고 있는 4.3 관련 유품 22점과 수장고에 보관된 신원불명 희생자의 유품 5점까지, 총 27점의 사물을 중심으로 서술됐다.

제주4.3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현주 사진작가가 유품 사진을 찍고, 허은실 시인이 인터뷰를 기록하고 시를 썼다. 고 작가와 허 시인 모두 2018년부터 4.3 관련 증언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들은 4.3의 역사가 당대의 집단기억과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책 발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희생자와 유족들이 실제로 사용한 사물들을 통해 4.3이라는 거대 서사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쌀 포대로 안감을 댄 저고리, 사후 영혼결혼식을 치른 젊은 남녀의 영정 사진, 토벌대를 피해 산에서 지낼 때 밥해먹은 그릇 등이다. 이러한 사물들은 70여 년 전, 제주 곳곳에서 말없이 참혹한 현장을 지켜봤던 ‘살아있는 증언자’들에 다름 없다.

허 시인은 “『기억의 목소리』 작업을 하면서 다시 묻게 되는 것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이토록 무자비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란 대체 어떤 존재인가”라고 반문하며 시를 통해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아이러니를 질문한다.

편집을 담당한 정현경 문학동네 편집자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억의 목소리』는 제주4.3의 역사를 설명하기보다 희생자의 유품 사진과 유족 인터뷰, 이를 바탕으로 쓴 시를 통해 희생자 개개인의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고현주 사진작가와 허은실 시인 모두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하여 제주4.3 73주년에 맞춰 출간할 수 있었다”며 “그날의 충격과 아픔을 한평생 안고 살아와야 했던 분들의 작은 ‘목소리’를 부디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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