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암 환자의 암중모책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리뷰] 암 환자의 암중모책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10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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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리치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했던 1세대 온라인 서평가인 저자는 ‘거짓말처럼 난 암 환자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살을 뺀다고 커피에 코코넛 오일과 버터를 섞어서 마시는 ‘방탄 커피’란 걸 한동안 마셨는데, 그 때문에 시작된 설사”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가보니 ‘대장암 3기’였던 것.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었지만, 그런 순간에도 저자는 과거 읽었던 책들을 떠올렸다. 그건 바로 36세 신경외과 의사였지만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죽음을 마주한 최후 2년의 이야기를 담은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중병에 걸리면 삶의 윤곽이 아주 분명해진다. 나는 내가 죽으리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건 전부터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그대로였지만 인생 계획을 짜는 능력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됐다.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만 하면 앞으로 할 일은 명백해진다. 『숨결이 바람이 될 때』 <193쪽>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을 두고서는 『마지막 강의』가 떠올랐다.

내 생각에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좇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다. (중략) 얘들아, 아버지가 너희들이 무엇이 되길 바랐는지 알려고 하지 마라. 나는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 『마지막 강의』 <270쪽>

견딜 수 없는 우울함, 낙심에서 힘을 얻게 해준 책은 중국에서 ‘국민 스승’으로 추앙받았던 지셴린 선생(2001년 91세로 사망)의 『병상잡기』. 저자는 아래 대목에 “‘옳거니’ 하고 무릎을 쳤(고)” 이후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황천길은 나이 순서대로 가는 게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단지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난 이번에 운 좋게 살아난 것이며, 이 행운은 내게 결코 방심하지 말고 살라는 교훈을 줬다. 이것이 바로 재앙 뒤에 찾아온 복이 아닐까? 『병상잡기』 <214쪽>

정신과 의사이자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에 걸렸던 김혜남 선생의 15년 투병기인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읽고 나서는 “김혜남 선생님이 느낀 ‘삶의 기쁨’이 무엇인지 지금의 난, 알 것만 같다”고 술회한다.

어쩌면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별 사고 없이 살아온 것 자체가 감사하고 다행한 일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기적이 별것 아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기적일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43쪽>

‘암 환자란 게 벼슬도 아니고 훈장도 아닌데 무슨 책이냐’라는 생각에 망설였지만, ‘암환자가 투병하고 있는 하루하루도 소중한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고 다행히 지금은 항암치료 후 3개월마다 추적검사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환자에게는 동병상련의 공감을, 가족과 지인에게는 환자의 마음을 대신하는 고백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라고 전한다.

 

『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김은섭 지음 | 나무발전소 펴냄 | 24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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