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사실, 지유와 나는 성격이 극과 극이다. 매사 급하고 욱하는 다혈질인 나에 비해 지유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내성적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공감할 텐데, 뭘 물어봐도 애가 대답을 잘 안 한다. 성질이 급한 나는 참지 않고 바로 소리를 지른다. (중략) 시간이 흘러 마지막 활동으로 아이들이 모둠별로 교실 앞에 나와 시를 읊었다. 지유네 모둠 차례가 되었다. 지유는 공책을 들고 나와서 얼굴을 반쯤 가렸다. 가라앉은 기분이 바닥을 쳤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와 대판 싸우고 말았다. 그때 내 직업은 유아교육과 교수였다. 학교에 가면 예비 교사들에게 유아 교육, 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런 이중인격자!<27~28쪽>
우리 집의 밥상머리 교육은 늘 브레인스토밍의 원칙을 따른다. 이 시간에는 자기 생각을 마음껏 말해도 절대로 비난하거나 구박하지 않고 100% 수용해준다. 아니, 한술 더 떠서 무슨 말을 해도 좋은 생각이라고 칭찬을 듬뿍 해준다. 그러니 아이들은 신이 난다.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그런 경험이 쌓일수록 말발이 늘고, 생각도 깊어지는 법이다. 내성적인 딸 지유를 수다쟁이로 만든 것도 다 브레인스토밍 덕분이다.
나는 직업군인으로 복무하면서 병사들과 발명 동아리를 10년 정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 처음 가입한 병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발명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 제가 발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이다. 그러나 오늘은 방독면, 내일은 방탄 헬멧을 놓고 서로 불편한 점을 자유롭게 말하다보면 발명 아이디어가 샘솟는다.<79쪽>
질문은 누군가의 생각, 마음, 대화를 여는 열쇠가 된다. 질문을 통해 아이의 잠재된 힘을 구체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다. 부모가 아이와 대화할 때 질문이 없다면 일방적인 훈육으로 그치고 만다. 질문은 아이와 활발하게 소통하며 대화를 지속하는 힘이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 어색하다는 부모들이 많다. 특히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거의 모든 집에 대화가 사라진다. 왜 그럴까? 대화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부모와 아이 모두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257~258쪽>
『K-하브루타』
김정진 지음│쌤앤파커스 펴냄│276쪽│15,000원